필동정담

[필동정담] KTX 세종역 (2016.12.7.)

joon mania 2016. 12. 8. 10:14
[필동정담] KTX 세종역 (2016.12.7.)
          

2008년 버락 오바마와 러닝메이트로 나서 미국 부통령을 거머쥔 조 바이든 상원의원은 열차 출퇴근으로 유명했다. 집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워싱턴DC의 상원 의사당까지 기차로 매일 통근했던 것이다. 왕복 250마일(400㎞) 거리를 매일같이 무려 36년간이나 다녔다.

미국 국영 철도 암트랙은 열차 통근으로 인연을 맺은 바이든의 부통령 취임 후인 2009년 13억달러의 국고를 지원받아 묵은 현안을 풀기도 했다. 윌밍턴시와 역당국은 보수공사를 하면서 역간판에 `조 바이든 주니어역`으로 이름을 바꿔 달아 보답했다.

요즘 세종시와 주변에서는 KTX 세종역 신설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014년 2월 세종시가 내놓은 2030도시기본계획에 역 신설 방안을 포함하며 촉발됐고 시장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일부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지난 8월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평택~오송선 용량 확충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면서 세종역 설치 영향을 포함시켰는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세종시 주변에는 20㎞가량씩 떨어진 오송역과 공주역이 있고, 그 외곽에 천안아산역과 대전역이 각각 있다. 세종역이 들어서면 서울을 오가야 하는 공무원이나 각 부처에 업무처리를 위해 찾아가는 민원인들의 편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세종역이 신설되면 통근으로 대체하고 세종에 정착하려는 이주민이 늘지 않아 자족 기능을 저해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세종 이외의 충남북 지역민들은 자기 동네에 미칠 경제적 손실을 내세워 한발 더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세종역 신설을 인근 오송역과 공주역에 더해지는 중복 투자 관점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서울~세종을 오가는 공무원과 민원인의 편의 제고와 길바닥에 뿌리는 비용이나 시간 절약 차원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봐야 한다.

이달부터는 부산과 목포행 KTX 열차가 수서역에서도 출발한다. 호남선은 용산역, 경부선은 서울역으로 획일적으로 나뉘어 있던 출발역도 뒤섞인다. 이용객들에게 선택 폭을 넓혀 주려는 배려다. KTX 세종역도 투입 비용에 비해 소비자 편익이 크다면 늦추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