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미혼모를 용인하는 사회 (2017.1.25.)

joon mania 2017. 1. 25. 18:34

[매경포럼] 미혼모를 용인하는 사회 (2017.1.25.)



성공적 출산 대책 프랑스서 배워야
동거커플 아이도 혜택 주는게 핵심
결혼 가정 지원만 매달리면 제한적
새로운 가족 형태 포용 방법 모색하자



새해 처음 쓰는 컬럼인데 다소 도발적인 제안을 하려니 주변의 눈치가 보인다.설 연휴를 앞두고 다소 어수선한 틈에 슬쩍 던져보려한다.
출산율 최저라는 불명예를 안은 대한민국은 어디에서 탈출구를 찾아야할까.
저출산 대책의 성공 사례로는 단연 프랑스가 으뜸이다.1993년 1.6명이던 출산율을 2012년 2.0명까지 끌어올렸다.1999년 파격적인 제도를 마련했다.시민연대협약(PACS)이었다.이에 근거해 동거 커플이 낳은 아이에게도 법률상 혼인 부부에서 태어난 아이와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제공했다.원래 동성커플을 공인하기 위해 마련한 협약이었는데 이성커플이 더 많이 활용했다.이후 혼외출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1994년 37%였던 혼외출산 비중은 2013년 57%까지 올랐다.


우리에겐 미혼모를 보면 사고 쳤구나 라는 편견이 먼저다.이해와 배려는 아직 부족하다.통계청 공식 통계에 미혼모 현황이 들어간건 2015년 인구총조사부터였다.그나마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렵고 일부분만이다.혼외 출산 비중은 1.9%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저였다.OECD 42개국 가운데 12개국이 50%를 넘겼고 전체 평균치는 40%에 달하니 전혀 다른 세상이다.유교적 전통에 결혼 가정 우선의 반듯한 문화 덕분이라고만 볼 일일까.
공식 통계의 뒤엔 아픈 측면도 있다.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해외입양아가 374명인데 이 가운데 96%가 미혼모의 자녀들이었다. 미혼모를 껴안으려는 배려 부족이 이런 결과를 만드는건 아닐까.정책적으로나 사회적 시선에서나 미혼모를 용인할 여건이 우리에게 조성돼있나.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출산과 육아 휴가를 직장에서 받아주고 있나.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 전체의 58%이던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의 비중이 2020년 41%까지 줄어들것이라는 전망이다.급속한 1~2인 가구 비중 확대 추세를 보면 이 수치는 더 빠르고 크게 감소할 듯하다.
전통적으론 혼례를 치르면 인정받는 의식혼주의였다.1920년대 일제가 조선민사령을 개정하면서 관청에 신고를 해야 효력을 얻도록 바꿨다.혼례와 신고간 혼란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기자 사실혼 개념을 만들었다.이젠 사실혼에 대한 인식을 넓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결혼한 가정처럼 보호할 가치가 있는 관계뿐 아니라 상호 합의하의 동거 같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관계까지 정책적 고려 대상에 넣어야한다는 얘기다.사실혼 관계로 인정받으면 당사자가 여러 법률에서 법적 배우자에 준하는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두살림을 하거나 바람을 피우는걸 사실혼이라고 인정하자는건 아니다.


2015년 한해 혼인은 30만2800건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5.9건으로 2011년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다.이젠 한해 40만명의 출생아를 지킬수 있을지도 자신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그런데 정부의 출산 정책은 결혼 장려나 혼인 가구의 다자녀 권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새로 내놓은 결혼세제 혜택이 대표적이다.앞으로도 100조원을 투입해 출산율을 1.5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이지만 현실과 따로 논다.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미혼이지만 동거할수 있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절반에 달했다.미혼모를 용인하지 않는한 동거해도 출산은 꺼릴수 밖에 없다.미혼모나 미혼부는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아이를 등록할수도 없고,신혼부부에게 주어지는 행복주택 입주 자도 못얻는다.직장에서 육아휴직은 언감생심 엄두도 못낸다.
비혼 동거가구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게 먼저다.30대이상 고학력 여성일수록 전통적 결혼 제도를 불편해하고 꺼리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고 아이도 낳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한다.전통적 가족외에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펴야한다.미혼모를 용인할 수 있는 사회이냐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