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성(性)차별 용어(2018.7.3.)
저출산이라는 말에 여성을 차별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으니 바꾸자는 지적에 놀랐다. 낳을 산(産)에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여성의 책임인 양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펼친 성평등 언어사전 시민 참여 캠페인에서 제기된 주장 가운데 하나다.
직업인 표현 앞에 여(女)를 붙인 말들, 예를 들어 여직원, 여비서, 여군, 여경 등이 성차별 용어 1위로 꼽혔다는 것엔 공감이 갔다.여중, 여고 등 여학생만 다니는 학교를 칭하는 단어도 그렇다. 남학생만 다니는 학교에는 남(男)을 붙이지 않았던 걸 보면 잠재적으로 깔려 있는 남성 우위이거나 여성을 특별한 대상으로 간주했던 흔적임에 틀림없다.
일이나 행동을 처음 한다는 의미로 붙이는 처녀라는 표현도 바꾸는 게 맞아 보인다. 가장 성차별적이라고 꼽혔던 단어는 미망인이다.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하는데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과부가 스스로를 겸손하게 낮추는 말이라지만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따라가야 한다는 남성 중심적 가치관에 가득 찬 말이다. 아내가 먼저 죽었다고 남편이 스스로를 미망인이라고 칭하는 경우는 없는 걸 보면 참으로 생뚱맞은 말이었다.
여성을 비하하는 속담도 많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거나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등이다. 금전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빗대는 김치녀나 분수에 넘치게 사치하는 여성을 의미하는 된장녀와 같이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용어도 쓰지 말아야 한다.
뉴욕타임스 최근 기사는 독일 국가(國歌)에 담긴 `아버지의 나라`와 `형제처럼`이라는 표현이 남성 위주이니 개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 속에서 평소 쓰는 언어가 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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