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反자본주의적인 삼성 계열4사 M&A 반대투쟁(2015.3.30.)

joon mania 2018. 12. 4. 14:56

[사설] 反자본주의적인 삼성 계열4사 M&A 반대투쟁(2015.3.30.)

      

삼성종합화학 등 한화그룹에 팔기로 한 삼성 계열 4사 근로자들이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1박2일간 노숙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21일엔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24일 삼성토탈 대산공장에서는 실사에 나선 한화그룹 측 인수팀 관계자의 진입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위산업체도 노조 측 반대로 실사를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위로금 지급을 놓고도 갈등을 빚어 매각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인수 계약 때 한화 측에서 현재 직원들에 대해 고용보장을 약속했으니 반대하는 건 일자리를 잃을 걱정에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인 듯하다. 삼성테크윈 사측이 위로금으로 기본급 4개월치에 1000만원 지급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은 1억원 안팎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1181억원을 기록한 처지인데 이렇게 과도한 위로금을 내라는 건 갑작스러운 매각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무리다. 열심히 일해왔는데 갑작스러운 매각으로 인한 상실감에 반발하는 건 이해하지만 판을 깨려는 것이라면 본말을 뒤바꾼 행동에 대한 비난으로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삼성과 한화 간 이번 인수·합병(M&A)은 각자 필요에 따른 결정일 뿐 아니라 전체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삼성 측은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을 털어내고 전자와 금융에 집중하려는 것이고, 한화는 기존 주력 분야에 삼성 계열 4사를 더해 시너지 효과로 경쟁력을 배가하려는 의도였다. 더욱이 정부의 교통정리나 등떠밀기가 아닌 기업 자발적인 선택이어서 더 남달랐다. 직원들이 단지 삼성맨에서 한화맨으로 바뀐다는 점을 꺼려 반대를 외치는 것이라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 M&A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이뤄내고 완결적인 생태계를 이뤄나가는 구글이나 애플을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우리도 필요하면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팔고, 합치고, 정리함으로써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노조에 발목 잡혀 기업 M&A 하나도 성사시키지 못하면 한국 경제 미래에는 어두운 구름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