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인터넷은행, 금융실명제와 충돌 안되게 해야(2015.4.18.)

joon mania 2018. 12. 4. 15:17

[사설] 인터넷은행, 금융실명제와 충돌 안되게 해야(2015.4.18.)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그제 열린 세미나에서 제시된 가이드라인을 보면 우리도 연내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의견을 반영해 6월에 정부안을 발표하겠다는데 기존 은행법을 개정하든, 새 법을 제정하든 서두르는 게 좋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점포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점포 없이 업무를 인터넷·모바일 등으로 처리하는 형태로 IT와 금융을 합친 핀테크(Financial Technology)의 구현이다. 미국과 일본은 1990년대 이미 인터넷은행을 허용했고, 중국에서도 텐센트의 위뱅크, 알리바바의 저왕장성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에 맞춰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이니 우리도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검토 중인 설립 기준을 보면 설립 최저자본금은 500억원 선이지만 인가 신청 때 2000억원 이상을 요구한다. 기존의 은행 설립엔 시중은행 1000억원, 지방은행 250억원이 필요하다. 산업자본에 허용하는 보유 지분도 현행 시중은행 기준 4% 이내에서 30%까지 늘리자는 쪽이다. 다만 대기업 계열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선정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진입은 막는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은 자산 5조원 이상이니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같은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이런 기준을 적용해보면 대기업 그룹을 제외하고 증권사나 보험사,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과 네이버, 다음카카오 같은 IT 기업이나 통신회사 간의 합작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현재 금융실명제법 유권해석을 통해 최초 거래 때 본인 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인터넷은행에는 이를 조건부로 완화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독일을 제외한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다. 실명 확인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와 충돌을 최소화하고 느슨해질 수 있는 보안성을 별도로 강화하는 장치는 필수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비용을 절감하면서, 선진 기법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종래에 없던 금융서비스로 소비자의 편리성과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모바일 크라우드펀딩, 개인 대 개인(P2P) 대출 등은 우리보다 앞선 인터넷은행들이 잘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낮은 수수료 같은 가격 경쟁력만 치중하면 지속 가능한 활로를 찾기 어렵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부실화로 신뢰를 잃어 한때의 유행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금융권에서의 IT 서비스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다. 인터넷은행은 우리의 이렇게 앞선 여건 위에 다른 나라와 차별된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잊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급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