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맥심코리아 일탈 방치한 간행물윤리위 제정신인가(2015.9.7.)
여성 납치를 연상시키는 화보로 공분을 산 남성 잡지 맥심코리아 사태는 적정 수위를 넘어버린 표현의 자유와 구멍 난 사회적 점검 장치 등에서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잡지는 9월호 표지에 승용차 트렁크 밖에 묶인 여성의 다리가 삐져나온 사진을 내걸고, 속화보엔 시체가 담긴 트렁크를 열거나 검은 비닐을 끌고 가는 장면까지 담았다. 맥심코리아 측이 처음엔 흉악범죄를 누아르 영화처럼 연출한 건 맞지만 성범죄적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니 한심하다. 이후 거센 비판에 굴복해 뒤늦게 사과하면서 잡지를 전량 회수하고 그간 판매수익을 여성인권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손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용서될 일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은 지난달 26일부터 맥심코리아와 간행물윤리위원회, 여성가족부를 대상으로 여성의 현실적 공포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하지 말라며 잡지 배포를 중단시키라는 청원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간행물윤리위는 지난달 28일 청소년에게 해를 끼치는 간행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여성가족부도 남의 일인 양 나 몰라라 하고만 있었다. 간행물윤리위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로 소설 잡지 만화 전자출판물 등의 폭력성과 음란성 등 유해 여부를 심의한 뒤 청소년보호법 등에 의거해 조치를 취할 권한을 갖는 기구다. 이번처럼 명백하게 논란을 빚은 잡지 화보를 심의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면 위원들 자질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안의 심각성을 모른 채 구태의연한 잣대를 댔다면 심의 자격을 박탈해야 마땅하다. 영국 패션전문지 코스모폴리탄이 맥심코리아를 '역대 최악의 표지'라고 보도했다니 국제적 망신까지 샀다. 코스모폴리탄은 5년 전 가정폭력 실태조사의 부정적 결과나 하위에 머문 2014년 한국의 여성평등지수까지 들먹여 우리나라 전체에 모욕적인 시선을 던졌다. 문학과 예술 분야엔 표현의 자유와 심의 기준의 적절한 조화를 둘러싼 고민이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상식을 넘어선 표현의 자유는 공동체 지성사회에 되레 먹칠을 한다. 나아가 제구실을 못하는 구멍 난 심의 체계는 국가나 사회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만큼 당장 보완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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