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기업 구조조정 정치논리에 밀리면 공멸로 간다(2016.3.10.)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5조5000억원 영업손실은 대한민국 기업사에 전대미문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공룡기업 대우가 한 해 9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지만 조선업 단독으로 평시에 이런 적자를 본 건 전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지난해 수조 원씩 적자를 보면서 조선업 전체가 애물단지 신세다. 조선 외에 해운, 철강, 석유화학까지 과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중후장대 산업의 주력 업체들이 줄줄이 추락 중이다. 공급과잉 업종 기업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마련했지만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으니 걱정이다. 좀비기업의 가장 큰 해악은 자신과 해당 업종을 넘어 연관된 정상기업이나 모그룹을 감염시켜 함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그룹 내 계열사의 빚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 2200억원어치를 받아준 그룹 맏형 대한항공은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판에 그만큼의 재무 리스크를 더 떠안았다.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상선에 운영자금을 수혈해주고,현대상선 보유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가며 총대를 멨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그룹과 핵심 주력사를 흔드는 족쇄가 돼버린 것이다. 부실기업 처리가 이렇게 시급한데도 앞장서 수술을 주도해야 할 주체들이 눈치만 보고 있으니 심각하다. 특히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력에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마냥 휘둘리고 있어 실망스럽다. 당장 정리해야 할 조선업체들의 일부 사업장을 해당 지역 여당 의원들 입김에 미루면서 부실만 더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거나 주채권은행을 맡은 부실기업의 경우 신속한 매각과 정리를 해야 하지만 사실상 손놓고 있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까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정부, 채권단의 보신주의,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수건 돌리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자꾸 미루다가는 한국 경제 전체가 공멸로 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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