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러·일 정상 회동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손 놓은 한국(2016.12.9.)

joon mania 2018. 12. 11. 17:23

[사설] 러·일 정상 회동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손 놓은 한국(2016.12.9.)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16일 만나 논의할 안건을 확정했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15일엔 아베의 선거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북방영토(쿠릴 열도 4개섬) 문제를 논의한 뒤 16일엔 도쿄에서 기업 관계자를 배석시켜 경제협력 방안을 다룬다. 양측은 북방영토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데 기업의 합작 투자와 일반인의 자유로운 왕래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먼저 북방영토 개발을 제의했을 때 일본이 자국의 법적 테두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해 주춤해졌으나 정상 간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아베와 푸틴은 지난달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 이틀 후 러시아가 쿠릴섬 2곳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북방영토 문제 해결과 개발 방안을 내년 3월 총리 연임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아베의 적극적인 의지가 돌파구를 찾은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노골적인 일본 견제 등 불리한 여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베의 광폭 외교 행보는 거침없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에다 장기 집권 길을 튼 아베, 대국굴기를 감추지 않는 시진핑과 강대국 경쟁 대열에 다시 뛰어든 푸틴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행보로 동북아 정세는 어느 때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정학자들은 120년 전 제국주의 열강들의 패권 다툼 때와 비슷한 국제정치 파도가 다시 몰아치는 형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와 망연자실 손 놓은 채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외교안보팀은 대한민국 외교의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달 중순 열려야 할 한·중·일 정상회의도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동북아 지형 재편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변화로 다가올 것이다. 강대국 패권 경쟁에 끌려다니지 않고 독자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혜로운 외교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