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손발 묶인 545조원 국민연금 운용 차질 걱정된다(2017.2.9.)

joon mania 2018. 12. 13. 17:50

[사설] 손발 묶인 545조원 국민연금 운용 차질 걱정된다(2017.2.9.)


      

요즘 증권시장에서는 최대의 큰손 국민연금이 제대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국내 주식에만 100조원가량을 굴리니 국민연금의 행보는 단연 시장의 주목 대상이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기대 이상으로 올리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오는데도 국민연금이 미적대고만 있어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지난 6일까지 올해 들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9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90억원 각각 순매도를 기록했으니 연기금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위축은 한마디로 운용 인력 이탈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찬성 결정을 둘러싼 최순실 특검 수사로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압력 행사 혐의를 받고 있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구속됐고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기소 여부도 곧 결정된다. 이를 둘러싼 조사 과정에서 실무 운용 인력들이 줄줄이 그만두고 떠나고 있다. 여기에다 이달 말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때문에 운용역들의 사표 행렬이 가속하고 있다. 지난해 28명이 그만뒀고 올해 들어서도 8명이 더해졌다는데, 전주행 전후로 20여 명이 더 그만둘 예정이어서 최근 1년 새 260명의 운용 인력 가운데 50여 명이 떠난 상황이다. 전주 이전 후에도 6개월 이내 계약이 만료되는 운용 인력이 50명인데 이 가운데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떠날지 가슴만 졸이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국민연금 총자산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545조원으로 전 세계 연기금 가운데 네 번째 규모다. 매년 50조원씩 기금이 추가로 쌓이는 데다 100조원의 국내 주식 투자에 맞춘 포트폴리오 비율을 감안하면 올해 주식시장에 10조원가량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운용 인력 대규모 이탈은 본연의 업무인 기금 운용에 막대한 차질을 줄 수 있으니 실질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금운용본부는 이주비 지급과 전용 숙소 마련 등 처우 개선이나 신규 운용역 추가 채용으로 빈틈을 막겠다는데 땜질 대책밖에 안 된다. 차제에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 독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하는 게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