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공공기관서 적발된 무더기 채용비리, 청년들 볼 낯이 없다(2018.1.30.)

joon mania 2018. 12. 20. 16:20

[사설] 공공기관서 적발된 무더기 채용비리, 청년들 볼 낯이 없다(2018.1.30.)


      

공공기관에서 무더기로 적발된 채용비리 실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지난해 11월 범정부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와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설치하고 1190개 공공기관·지방공공기관·기타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946개 기관과 단체에서 4788건의 지적 사항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중은행 1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비리 현장검사에서도 22건의 비리 정황을 캐냈다.
정부는 연루자를 일벌백계하기로 하고 33개 기관 83건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우선 8명의 현직 공공기관장을 즉시 해임하고 공공기관 임직원 189명과 공직유관단체 77명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한편 검찰에서 기소되면 바로 퇴출하겠다고 한다. 부정합격자는 본인이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기소 즉시 퇴출하고,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자가 기소될 경우 즉시 업무 배제 후 일정한 절차를 거쳐 퇴출한다니 응당한 조치다. 무엇보다 채용비리 관련 징계 시효를 현재의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부정합격자는 5년간 공공기관 채용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데 관련 규정 개정을 서두르기 바란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자는 한 번만 걸려도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무관용 원칙을 제도화하겠다니 예외 없이 시행해야 한다. 채용비리로 인해 최종합격자가 뒤바뀐 것으로 확인되면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해 취업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질러진 채용비리 수법을 보면 소위 신의 직장에서 특정인을 합격자로 포장하기 위해 신의 능력을 발휘한 것에 비견될 만큼 혀를 내두르게 한다. 취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과 금융회사에서 이렇게 채용비리가 만연했으니 취업준비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기회가 줄어든 것이고 공정과는 멀어진 사회였던 셈이다. 지원자의 능력과 자질보다 부모의 스펙으로 채용이 결정된 것이냐는 항변에 청년들을 볼 낯이 없다.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치솟고 취업난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판에 거대한 기득권 사슬 아래 가려져 있던 공공부문의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으니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