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에선 동맹 아니다는 트럼프 발언, 한미간 신뢰추락 걱정된다(2018.2.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를 향해 쏟아내는 일련의 언급은 심한 우려를 부른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매우 나쁜 협정이라며 미국에 손실만 낳았다고 했다. 이어 공정한 협정으로 바꾸거나 폐기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도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이런 소식은 듣지 못했을 것이라며 GM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고 공치사했는데 수많은 근로자들의 실직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조금도 편하지 않은 언사다. 트럼프는 하루 전엔 한국, 중국, 일본을 특정해 보복성 관세 도입을 시사했다.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들에 미국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그들은 미국 제품에 세금을 매긴다며 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 중에 일부는 동맹국이지만 무역에 대해서는 동맹국이 아니라며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을 중국의 돼지저금통으로 비유하면서 미국에서 빼간 돈으로 나라를 재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무역적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에다 일본, 한국을 더해 싸잡아 공격한 것인데 경제와 무역에서 이해가 충돌한다고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파트너까지 무차별로 총을 쏘는 듯한 행태는 대체 어디까지 가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 간 교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철강과 화학 제품에 대해선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수입 금지 검토도 들먹인다. 이미 시작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는 강도 높은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전방위 무역전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위해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의 이익을 키워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전략이다. 국내 정치를 위해 경제와 무역을 지키는 거야 말릴 수 없지만 전통의 안보동맹 파트너를 짓밟는 듯한 모습까지 가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이런 공격이 혈맹으로 다져진 한미 간의 신뢰를 추락시킨다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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