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3년 만에 돌아온 '알박기펀드' 엘리엇, 이번엔 현대차(2018.4.5.)

joon mania 2018. 12. 24. 15:18

[사설] 3년 만에 돌아온 '알박기펀드' 엘리엇, 이번엔 현대차(2018.4.5.)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조원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주식을 확보한 뒤 출자 구조 개편 추가 조치를 주문하고 나서 사태 추이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엘리엇 측은 4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 10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갑자기 뿌리며 나타났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의 출자 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 계열사의 경영구조 개선과 자본 관리 최적화,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로드맵 공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폴 엘리엇 싱어에 의해 설립돼 3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분류되지만 행태를 보면 전형적인 알박기식 투자를 일삼는 벌처펀드에 가깝다. 허약한 지배구조나 실적 부진 등 약점을 파고들어 수익을 챙기는 수법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법적 절차까지 동원해 반기를 든 바 있다. 2016년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사업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엘리엇 측의 현대차에 대한 요구는 과거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할 때와 달리 출자 구조 개편안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 일각에서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기류도 있다. 엘리엇의 현대차 계열사 지분이 높지 않아 지분 경쟁보다는 주가를 띄워 차익을 얻고 나가려는 의도로 읽는 쪽도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하고 이를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하는 사업구조 개편이 순환출자 고리 타파의 핵심인데 엘리엇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다른 투자자들의 동조를 끌어내면 현대차그룹을 곤경에 처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계열사 합병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엘리엇이 3년 만에 재계 2위 현대차그룹에 다시 달라붙었다는 점만으로도 찜찜하고 맘이 편하지도 않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엘리엇 같은 알박기 펀드와의 줄다리기가 재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소모전으로 가지 않도록 현명한 대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