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단체 상임부회장에 관료출신 일색, 목소리 제대로 내겠나(2018.4.9.)
기업이나 경영자들을 회원으로 하는 경제단체 상임부회장을 관료 출신 인사들이 독식하듯 차지한 쏠림 현상에 재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노사 관계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부회장에 고용노동부 출신인 송영중 한국산업기술대 석좌교수가 최근 선임되면서 불거진 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여성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에 이미 관료 출신들이 상임부회장으로 가 있는데 경총마저 비슷하게 채워지자 신관치라는 비판 목소리가 재계 안팎에서 쏟아진다. 송영중 신임 경총 부회장은 김대중정부 때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간 고용부에서 일한 관료다. 지난 14년간 쓴소리를 서슴지 않고 재계 입장을 거침없이 대변했던 전임 김영배 부회장과 다른 성향 인사를 충원한 셈이다. 문재인정부가 경총을 무력화시키려고 친노동계 관료 출신을 보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경총은 노사정위원회 등 노사협의기구에서 유일하게 사용자 측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인데 정부 입맛에 맞는 상근부회장을 앉힌 것으로 보는 기류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에 대한 후속 조치에 경총은 노총 등 노동계 단체와 대척점에서 사용자 측 입장을 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주요 경제선진국의 경제단체들은 회장과 부회장 등 임원진을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이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뽑고 있다. 기업이나 관련 기관 등 회원들의 의사를 취합해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물을 내세운다. 미국 상공회의소, 일본 게이단렌,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등은 회원사들의 공개 총회에서 임원을 뽑는데 주로 기업인 출신이나 경제단체에서 꾸준히 일을 익힌 내부 승진자로 채운다. 재계의 애로 사항이나 민원을 제대로 전달하고 때로는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와 국회는 정책 수립이나 입법 활동에 항상 열린 자세로 재계와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그 창구와 매개 역할을 경제단체들이 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관료 출신의 경제단체 상근부회장 인선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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