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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제로페이가 가야할 길(2019.1.3.)

joon mania 2019. 1. 3. 08:41

[매경포럼] 제로페이가 가야할 길(2019.1.3.)


정부가 선수로 직접 나서고
민간 제한하는건 불공정하다
사용자 소비자 다 만족시키려면
공유플랫폼 도입이 답이다



지난해 세모 턱밑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는 미안하지만 속빈 강정 같다.판매대금이나 서비스 요금이 소비자로부터 사업자 계좌로 바로 입금되는 방식이다.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도록해 이뤄진다.결제 댓가로 사업자들이 내야하는 수수료가 제로다.연매출 8억원 이하면 0%, 8억원 초과면 0.3~0.5%인데 제로라는 구호 덕분에 주목을 끌었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영세 중소자영업자에게 카드 우대수수료율을 확대하고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혜택을 줬다.연매출 3억원 이하엔 매출세액공제를 통해 카드수수료를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게했다.이미 부담을 덜어줬으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등을 돌린 중소상공인들을 한번 더 위무하는 조치로는 제로페이가 그럴듯하다.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맨 먼저 총대를 맸다.부산시나 경상남도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동참했다.정치인 출신 홍종학 장관의 중소벤처기업부가 작업을 진행했고 중소상공인을 위한 제로페이로 포장됐다.서울시는 시범서비스 홍보에 30억원을 쏟아부었다.지하철과 시내버스 가판대엔 제로페이 광고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부산에서는 토종 소주제품 병라벨에도 광고가 등장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평은 썰렁하다.서울 지역 가입률은 3%에 그친다.2만개 매장에 깔았다는데 파리바케트나 롯데리아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빼면 확 줄어든다.중기벤처부와 서울시 공무원들이 뛰어다니며 가입을 권유중이나 사업자들은 시큰둥하다.QR카드 설치나 결제를 위한 뱅크페이를 까는데 비용 부담이 없는데도 외면한다.현행 방식의 제로페이는 변형된 형태일뿐 정부의 시장가격 통제에 다름 아니다.제로페이 구축에 드는 비용은 은행과 결제업체들에 떠넘겼다.금융결제원에 위탁한 초기 플랫폼 구축비만 39억원이었고 매년 35억원씩의 운영비가 든다.은행들은 받아야 할 이체 수수료를 안받는다.전국으로 확대되면 민간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늘어날게다.지난해 카드수수료 삭감분 1조4000억원이 카드회사들에게 전가된바 있는데 축소판이다.


더 중요한건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소득공제 40% 혜택을 부여했지만 직불카드를 써야만 적용된다.연소득 5000만원 급여자가 2500만원 어치를 제로페이로만 써야 최대 47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KB,우리은행 등 10개은행은 자사 뱅킹앱으로 가능하지만 하나은행 등 10개는 은행권 공동앱인 뱅크페이여야만 된다.소비자는 제로페이를 택하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쓸때 받는 즉시 할인이나 캐시백 같은 혜택을 포기해야한다.신용카드가 전체 이용카드 중 79%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제로페이에 신용카드 결제를 포함시키지 않는 한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고 말게 뻔하다.


제로페이를 안착시킬 해법은 없을까.사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시스템은 없나.답은 있다.모바일 결제와 마찬가지로 공유플랫폼을 채택하면 된다.제로페이의 결제 방식에 공유플랫폼을 도입하면 가맹점이 대금 결제를 위해 금융사나 밴에 따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소비자는 범용 앱 하나만 깔면 된다.직불카드나 체크카드가 아니어도 이미 쓰는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할인 쿠폰이나 멤버십도 통합 관리된다.공유플랫폼에서는 기술적으로 모두 가능하다.국내 모바일 결제에 이미 쓰이고 있는 공유플랫폼인 유비페이는 공공기관인 우체국에서 채택해 포스트페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 있다.수원시와 인천시 전통시장내 점포에서도 쓰이고 있으니 검증도 필요 없다.


제로페이를 내세워 정부가 직접 플랫폼을 새로 짜고 특수목적법인 형태의 결제회사를 만들어 운영을 맡기려는 것은 위인설관밖엔 안된다.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금융공동망 이용을 강제하는건 장벽을 치는 행위다.다양한 민간기업의 참여를 봉쇄해서는 안된다.기존에 개발돼있는 민간 플랫폼 누구에게나 길을 열어주고 가맹점과 이용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도록해야한다.지불과 결제에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놓은 기업들이 차별없이 참여할수 있어야한다.정부는 심판 역할에만 그쳐야지 직접 선수로 나서서는 안된다.소상공인 제로페이에 달려든 중기벤처부가 새겨들어야한다.제로페이가 성공하려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켜야한다.공유플랫폼을 도입하면 다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