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특례시 필요충분조건(2019.3.28.)

joon mania 2019. 3. 28. 13:23

[매경포럼]특례시 필요충분조건(2019.3.28.)


지방자치법 손질 의미 큰데
특례시 논란에 본말 바뀔 판
인구 100만과 지역균형발전
다 반영해야 후폭풍 피한다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많은 변화가 담겨있다.1988년 이후 31년만에 뜯어고치는 것이라 의욕 충만이다.국세 대 지방세를 2022년까지 7대3으로 바꾼다.중앙정부 기능을 더 많이 이양해 지방의 자율성을 늘린다.세부 내용을 보면 획기적인 항목도 많다.주민 조례발안이나 주민 소송 기준 연령이 18세로 낮아졌다.주민투표나 주민소환제 요건도 확 완화됐다.


언론 매체들은 특례시 지정만 주로 부각시켰다.특례시는 일반시 중 법적인 특례를 받는 도시를 말한다.광역시와 일반시의 중간이다.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안으로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를 기준으로 수원,고양,용인,창원 4개다.이들은 상위 광역지자체가 갖고 있던 인허가 권한 등 189개 사무를 넘겨받는다.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 몫도 커진다.하지만 행정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 현실과 이론에 괴리가 많다.특례시로 지정해도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가 사무특례만 이양할 뿐 재정특례는 넘기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실제로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방 대도시에 이양할 국가사무로 선정한 189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대와 연관된 건 식품위생법 위반자 과징금 징수권 단 1개에 불과한 걸 보면 맞는 말 같다.재정 권한을 넘기는 재정특례를 확대해줘야 진정한 자치 분권을 이룰텐데 시늉만 할 뿐이라는 의미다.


인구 요건만 충족하면 특례시라는 옷을 입혀주는걸로 넘어갈수 있을듯 하던 사안이 정치적 소용돌이에도 휘말렸다.전주와 청주가 광역시 없는 도청 소재지를 특례시에 넣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나서면서다.인구 100만명 기준으로만 지정하면 4개 중 3개가 수도권에 있으니 중앙과 지역간 불균형을 더 가속한다는 반발이다.역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광역 단위로 이뤄져 광역시 없는 지역은 예산 배정이나 사업 우선순위 부여에서 밀려 이중으로 피해를 봤다는 하소연이다.지역별 예산규모를 보면 충북,전북,강원 등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광역시가 있는 지역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읍소한다.그러니 광역시를 갖고 있지 않은 도청소재지는 인구 100만명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특례시로 지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이들과 별도로 성남도 인구 100만에 조금 못미치지만 포함시켜달라고 숫가락을 얹었다.그 지역 출신 김병관 국회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별도 개정안까지 발의했다.김 의원 발의안에 담긴 특례시 기준으로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수원 등 4개),인구 50만명 이상으로서 종합적인 행정수요가 100만명 이상인 대도시(성남),인구 50만명 이상으로서 도청 소재지인 대도시(청주,전주) 등 3가지다.


자치단체들이 특례시 지정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확보와 운영에서의 권한 확대다.도를 건너뛰고 중앙정부와 직접 협의해 도시재생사업 등을 바로 추진할수 있는 잇점도 있다.대표적으로 취득세와 지방소비세 등으로 충당하는 도세를 특례시로 지정되면 상위 광역지자체에 넘기지 않고 직접 쓸 수 있게 되는 만큼 해당 지자체의 재원이 늘어난다는 기대다.그렇지만 광역지자체로 모아진 도세는 큰 도시나 재정자립도 높은 도시에서 재정이 열악한 시군으로 배분되는 부분도 있다.이른바 광역교부금이다.특례시로 지정된 대도시가 도세 납부에서 쏙 빠져버리면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 나눠줄 재원이 더 줄어 그 구멍은 국세 교부금으로 메울수 밖에 없을테니 또 다른 과제를 남긴다.


인구 100만명이라는 기준만으로 결정하는 특례시는 기계적인 행정 행위에 그친다.심하게 얘기하면 행정 편의주의 밖에 안된다.특례시 지정은 객관적인 인구 기준외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고도의 정치적이면서 주관적인 기준이 더해질수 밖에 없는 복잡한 사안으로 변해버렸다.31년만에 추진되는 지방자치법 손질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이유다.


인구 100만명과 광역시 없는 도청소재지라는 두 기준을 다 반영하는게 맞는 방향이다.특례시의 필요충분조건이다.그것이 나중에 생길 정치적 논란과 후폭풍을 피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