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하노이 합의 실패, 北비핵화 전략 근본적 재검토 필요하다(2019.3.1.)

joon mania 2020. 2. 21. 11:34
[사설] 하노이 합의 실패, 北비핵화 전략 근본적 재검토 필요하다(2019.3.1.)
金 제재 전면 해제 요구가 쟁점
비핵화 실질적인 조치 끌어내고
한·미 긴밀한 공조로 모멘텀 살려야

베트남 하노이에서 27일과 28일에 걸쳐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미·북정상회담은 쏟아진 기대에 부응하는 만큼 성과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첫날 짧은 단독회담과 친교 만찬을 가졌고, 둘째날엔 단독회담에 이은 정원 산책과 확대회담을 갖는 촘촘한 일정을 짰는데 돌연 뒤집어져버렸다.
28일 아침에 열린 2차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고 옳은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직감으로 좋은 결과가 생길 것 같다"고 상대를 의식하는 언급으로 일관했다. 특히 2차 단독회담을 마친 뒤 두 정상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원 산책로를 걸으며 환담할 때 김 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백악관 공동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짧은 기자회견도 가졌다. 하지만 확대회담이 당초보다 길어졌고 이후 가지려 했던 업무 만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전격 취소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하노이 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 구체적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어떻게 조합하느냐를 둘러싼 담판이었다. 두 정상이 하노이에 오기 직전까지 스티븐 비건-김혁철로 이어지는 양국 특별대표 간의 실무 협상에서 세부 의견을 모았고 정상 차원의 결단만 남겨둔 상태였다. 김 위원장은 확대회담 직전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으면 여기 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대회담에서 부닥쳤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당초 채택하려던 하노이 선언을 끌어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한 걸 보면 북한의 비핵화 구체적 조치는 미흡한데, 제재는 다 풀어 달라는 주장에 접점을 찾지 못한 듯하다.
스티븐 비건-김혁철 특별대표 라인의 사전 협상에서 양측은 내놓을 카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이미 핵과 미사일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기로 천명했다. 관건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 조치였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동결과 그 반대급부로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과 대북 인도적 지원 정도를 주고받는 것은 스몰 딜로 간주됐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전제로 한 폐쇄와 봉인,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 중단 명문화 등을 북한이 받아들이면 미국은 남북 경제사업 등 제한된 범위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미디엄 딜도 있었다. 국제사회는 이런 제한적 합의로는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빅딜을 끌어내야 한다는 쪽이었다.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그 밖의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를 명시하면서 사찰과 검증을 받는 동시에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은 로드맵을 작성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까지 하라는 것이었다.그 대가로 대북 제재를 풀면서 경제적 보상과 지원을 해 북한을 국제사회에 끌어들이고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이뤄내는 그림이다.
미·북 정상이 싱가포르 1차 회담 때 합의한 4개 항 가운데 북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미·북의 새 관계 수립은 서로 맞물려 있다. 이번 하노이 합의 무산은 지금까지 이어온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에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략 수정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당연히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