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낮아진 예타 문턱 선심성 돈풀기로 이어지지 않게(2019.4.4.)

joon mania 2020. 2. 24. 10:43

[사설] 낮아진 예타 문턱 선심성 돈풀기로 이어지지 않게(2019.4.4.)

     

기획재정부가 3일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보면 조사 기간도 짧아지고 기준도 단순해져 문턱을 확 낮춘 것으로 보인다. 종래 평균 19개월 걸리던 조사 기간을 12개월 이내로 단축하면서 수도권 사업에는 경제성과 정책성만 따지고, 비수도권 사업에는 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바꾼 제도를 당장 다음달부터 적용하겠다니 올해부터 지역별로 정부 예산 지원을 전제로 펼치려는 대형 사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판이다.
예타 제도는 1999년 도입된 이후 경제성 일변도였다가 2003년 정책성 요인을 추가했고, 2006년부터 지역균형발전도 포함시켰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경제성 평가에 많은 비중을 두고 운영해 인구 부족으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사업은 예타의 벽을 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번 개편 방안에서는 비수도권 사업에 균형발전 가중치를 두기로 한 만큼 앞으로는 비수도권 지역 가운데 특히 5개 광역시 추진 사업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고 비수도권 투자를 유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문제는 바뀐 예타 제도를 다음달부터 바로 시행키로 한 만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전까지 지역마다 신청되는 사업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받아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의 총선을 겨냥한 합법적이고 공공연한 선심성 돈 풀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조사기관은 경제성 분석만 하고 이와 별도로 기재부에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예타 대상 선정과 예타 결과를 심의 의결하는 한편 분야별 분과위를 둬 사업별 종합평가를 하겠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조사기관의 경제성 분석은 참고사항이고, 결론은 재정사업평가위에서의 정책적 판단으로 내리도록 함으로써 얼마든지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타 제도는 재정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용을 위한 안전장치였다. 시대와 환경 변화에 맞춰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본래의 취지를 흐려서는 안 된다. 하물며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끌어가기 위한 개편이라는 얘기를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