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관계 벼랑끝인데 여전히 "분석 중"이라는 외교장관(2019.5.4.)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 밝힌 입장을 보면 꼬여 가는 양국 관계에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강 장관은 2일 내신브리핑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법원에 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재산 매각 신청에 대해 "국민의 권리 행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징용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 판단 존중 차원을 넘어 역사와 인권 문제하에서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치유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지금은 대외적으로 정부가 뭘 발표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인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압류됐던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달라는 신청을 지난 1일 법원에 냈다. 이날은 19년 전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처음 제기한 날이었다. 하지만 일본 측은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에 맞춘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 시대를 시작한 날이라며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 부장관이 유감을 표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자산 매각이 결정된다면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게 교도통신의 보도다. 강 장관은 관계부처 차관급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사법 절차 진행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인 피해자의 신청과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지만 외교당국이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방어해야 한다고 본다. 강 장관은 외교당국 간에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한일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요소들을 분석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긴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한일 간에는 강제징용 및 일본군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다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을 향한 잇따른 위협비행 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나 미래를 향한 협력 등 당위적 필요를 감안할 때 양국 간 우호 증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외교부는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활용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력투구해야 한다. '다각적으로 분석 중'이라는 외교적 수사 뒤에서 실제로는 강도 높은 막후 노력을 펼쳐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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