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北 계산된 도발 대화 판 깰 수 있다(2019.5.6.)

joon mania 2020. 2. 24. 11:08

[사설] 北 계산된 도발 대화 판 깰 수 있다(2019.5.6.)

     

북한이 지난 4일 오전 감행한 단거리 발사체 도발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미·북과 남북한 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군당국 설명으로는 신형 방사포로 추정되는데 최대 200㎞까지 비행한 것도 있다니 단거리 미사일도 섞여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단거리 발사체라면 지난달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 이후 17일 만이지만 미사일도 있다면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이후 1년5개월 만이니 간단치 않다.
발사체든 미사일이든 북한의 도발은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대북 압박 유지를 고수하는 미국에 그냥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분석된다.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일정에 앞선 행동이라는 점에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전했고 김 위원장은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에 중거리 이상 사정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넣지 않은 점에서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관측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나 핵실험 중단 준수를 요구하고 있으니 미사일이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한미는 외교장관 간 전화협의나 군 정보체계를 가동해 즉각 대응하면서도 이번 일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로 가지 않도록 신중한 기조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 도발 후 13시간여 만에 반응을 내놓으며 "김정은이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도발이 한·미·일 등 주변국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 만큼 최근 이어지던 각 당사자 간의 밀고당기기 상황에서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청와대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점을 반영한 언급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계산됐고 수위를 조절했더라도 이런 시점에 나온 북한의 도발은 미·북, 남북 대화의 판을 깰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