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경제 벼랑으로 내모는 美·中 무역보복전(2019.5.15.)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결렬 뒤 사안별로 맞대응하는 보복과 재보복의 무차별 확전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이다. 중국은 13일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 5140개 품목에 5~25%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했다. 지난 10일 미국이 2000억달러 중국 수출품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데 대한 대응이다. 미국은 곧바로 3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추가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며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휴대전화, 랩톱 외에 의류 등 소비재를 포함한 3805개 대상 리스트를 올렸다. 중국의 추가 보복 조치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으니 산 넘어 산이다. 미·중 간 전면적 무역전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13일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각각 기록했고,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13일 하루에만 전 세계 증시에서 1조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미·중은 관세 적용 시기를 6월부터로 3주가량 미뤄 협상 여지를 뒀지만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에 미친 영향만도 만만치 않다. 양측은 고위급 추가 협상을 하려는데 결국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에 만나 최종 타결을 끌어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14일 장중 1190원대로 올라서 2017년 1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흥국 통화 중 터키 리라, 아르헨티나 페소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폭이다. 그만큼 원화가 외부 충격에 취약함을 입증한 꼴이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다 수출시장에서 중국 비중이 27%에 달한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떨어뜨리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도 있다. 그럴수록 미·중 무역전쟁이 가져올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수출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장벽으로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이 끊어지고 있는 만큼 생산 입지 전략도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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