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관료를 정권 하수인 아닌 브레인으로 대접하라(2019.6.12.)
한국 경제를 지금의 수준까지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경제관료들의 역할과 위상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매일경제가 연재한 '무너지는 경제관료' 제하의 기획시리즈를 보면 문재인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문 경제관료에 대한 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행정고시 출신의 정통 관료들이 청와대와 여당에 포진하고 있는 정치권 등 외부 출신 공무원들에게 휘둘리고 주도권을 잃은 채 끌려다닌다. 전문 관료인 '늘공(늘 공무원)'은 정치권 등 외부 출신의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보좌하는 역할이나 할 뿐이라는 자조에 빠져 있다. 어공들만 따로 회의를 한 뒤 거기서 내린 결론을 늘공들에게 통보해 따라오라는 식의 정책 결정이 빈번하다. 매일경제가 주요 경제부처 과장급 이상 관료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8%가 문재인정부 들어 경제관료의 위상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회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면서 정부 부처의 자체적인 활동 영역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경제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조직을 꼽으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6%는 청와대를, 20%는 국회를 찍었다. 응답자의 83%는 청와대 및 국회와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당초 의도와 내용이 크게 바뀐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공들이 주도하는 청와대의 지나친 독선과 비대해진 국회의 역할 확대가 더해지면서 경제관료의 홀대와 추락을 부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의 여러 정책 실패와 그 결과 나타나고 있는 성장 둔화가 그동안 우리 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던 경제관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장급 이상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민간으로의 이직을 고려해봤다는 조사 결과에는 할 말을 잃는다. 정책의 원칙과 방향은 시민단체나 노동계의 요구에 끌려가고, 정책의 입안과 결정은 정치권 출신의 어공에게 넘어간 채 전문 관료에게는 보조적인 역할만 부여하는 한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계속 되풀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의 정책 실패와 오류를 막으려면 경제관료를 제대로 대접하고 함께 뛰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경제관료를 정권의 하수인이나 말단 집행자 정도가 아니라 정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담당하는 핵심 브레인으로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관료들이 자괴감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고 신나게 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관료들에게 정권의 색깔에 맞춘 정치적 성향을 요구하며 줄세우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관료는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정책을 끌고 가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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