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무역전쟁 '내 편에 서라'는 미·중, 한국의 희생 강요는 안돼(2019.6.7.)

joon mania 2020. 2. 24. 13:32

[사설] 무역전쟁 '내 편에 서라'는 미·중, 한국의 희생 강요는 안돼(2019.6.7.)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기업을 향해 미·중이 각각 '내 편에 서라'는 노골적인 요구와 압박을 하고 나서 당혹스럽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인터넷기업협회 콘퍼런스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보안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국내 통신사들의 화웨이 장비 배제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지금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발언을 인용함으로써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에 협력 중단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유럽 동맹국, 일본 등에만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구해왔다. 한국에는 화웨이 장비 사용의 위험성을 강조했으나 주로 외교 채널을 통해 수면 아래서 이뤄졌는데 이제 주한 대사가 직접 미국 편에 서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한 셈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28일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방중한 한국 기자단에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하자 미국이 맞대응하듯 나서면서 수위를 확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쪽 당국자는 한국 정부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는 등 노골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미·중 모두 이젠 한국에 우회적으로 협조를 구하는 단계를 넘어 내놓고 내 편에 서라고 팔을 잡아당기는 형국이다. 우리로서는 정부나 기업 마찬가지로 내놓고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이니 고민스럽다. 미국과는 어느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동맹과 우방 관계로 안보와 경제뿐 아니라 인적 교류까지 한시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사이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12%에 달하는 미국을 합쳐 두 나라와의 무역 의존도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69%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한국이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면 사드 사태와 비슷한 중국의 보복이 취해질 수 있고,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면 양국 간 동맹이 흔들릴 수 있으니 난감하다. 이런 우리에게 두 나라가 서로 내 편에 서라고 압박하는 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을 넘어 한국의 국익을 희생하라는 것이니 무차별적 강요를 해선 안될 일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를 떠나 한국은 미·중의 압박에 언제나 국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음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