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181조·성장 70조 내년 예산, 큰 폭 수술 필요하다(2019.8.30.)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내년 예산 규모는 513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3% 늘었다. 올해에도 지난해보다 9.7% 늘렸으니 2년째 9%대의 증액으로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 3.8%의 2배를 훌쩍 넘는 만큼 기획재정부 표현처럼 '월등히 확장적 기조'로 볼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 경로로 복귀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지출 내역을 뜯어보면 복지와 관련해 181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25조8000억원의 일자리 관련 예산이 포함된 규모지만 올해보다 12.8% 늘린 총규모를 보면 정부의 재정 지출 우선순위가 어느 쪽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경제 성장을 직접 견인할 분야에는 연구개발(R&D) 24조1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23조9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22조3000억원을 합쳐서 70조3000억원으로, 복지 지출에 비해 절대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보다 파격적으로 늘리며 산업 경쟁력 육성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항목도 적지 않지만 성장활력 제고에는 충분치 않다. 부품소재 개발이나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플랫폼에 대한 투자는 한두 해 만에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복지 지출을 급속히 늘리려 하니 재정건전성 지표는 눈에 띄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세입 부족을 메우려면 내년 적자 국채는 역대 최대인 60조2000억원을 발행해야 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2조1000억원으로 늘고 국가채무비율은 올해보다 2.7%포인트 뛰어 39.8%로 올라간다.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3년 국가채무비율은 46.6%까지 오른다. 기재부의 설명으로는 내년 예산 편성에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한다. 그렇지만 총지출의 35.4%를 차지하는 복지 분야에서의 씀씀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한 재정의 경직성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사회보장성 급여 확대 등의 유혹에 쉽게 빠질 텐데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다음달 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고 국회는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한 후 의결해야 한다. 국회에서 꼼꼼하게 따져본 뒤 근본적인 방향 수정에 가까운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빚내서 늘리는 재정 지출은 결국 후대에 빚을 떠넘기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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