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WTO 마비, 더 거세질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야(2019.12.11.)

joon mania 2020. 3. 4. 11:25

[사설] WTO 마비, 더 거세질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야(2019.12.11.)

      

국가 간 무역분쟁에 대법원 같은 역할을 해온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10일부터 기능 마비에 들어가면서 자칫 WTO 체제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듯하다. 상소기구 7명의 위원 중 2명의 임기가 10일로 만료돼 현재 3명밖에 남지 았았음에도 추천을 해야 하는 미국이 신규 선임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생긴 사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상소위원 선임을 거부해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후엔 더욱 강경해졌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단속하는 데 상소기구가 오히려 제동을 걸고 있다는 이유다.
WTO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의 후신으로 1995년 설립된 뒤 164개 회원국을 가진 무역기구로 세계 자유무역의 본산 역할을 해왔다. WTO 상소기구는 나라 간 무역분쟁 때 1심인 분쟁 패널을 거쳐 최종심인 2심을 담당하는 곳이다. 최종심 기구가 마비되면 1심에서 패소한 국가가 모두 2심에 상소 후 해당 분쟁을 미해결 상태로 넘기고 버티기에 들어갈 테니 불공정 무역행위를 제재할 심판이 사라지는 셈이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서로 치고받는 정글 같은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경향과 WTO 상소기구 마비와 같은 자유무역체제의 동요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수출 비중이 높아 한국은 무역규제 조치 건수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각국의 분쟁 타깃이다. WTO의 핵심 기능인 분쟁 해결 마비는 WTO 무용론으로 확대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WTO 상소기구를 대체할 다른 상소기구를 한시적으로라도 만들 움직임인데 우리도 참여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새롭게 짜일지 모를 국제 통상 질서에 한국이 연착륙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