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양대 노총 더 격렬해질 세력 싸움이 걱정이다(2019.12.27.)

joon mania 2020. 3. 4. 11:31

[사설] 양대 노총 더 격렬해질 세력 싸움이 걱정이다(2019.12.2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제치고 국내 최대 노동단체 지위로 올라섰다. 고용노동부의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 수에서 민주노총이 96만8000여 명으로 한국노총의 93만5000여 명을 앞질렀다. 1995년 민주노총 창립 후 23년 만의 역전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에다 법외노조였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해직자 관련 규약 개정 후 합법화돼 포함된 점 등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노동계에서는 산별노조의 전국 중앙조직 가운데 조합원 수가 더 많은 쪽에 제1노총으로서의 대표성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화기구나 정부나 시민사회 관련 각종 자문위 등에서 두 노총에 대한 배분이 바뀌어야 한다. 당장 최저임금위원회 노동계 위원의 경우 현재 한국노총 5 대 민주노총 4인데 현 위원들의 임기 종료 후 양측 간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게 됐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한국노총만 노사정 협의에 참여했으나 민주노총을 계속 빼고는 노동계 대표성 비판에 더욱 시달릴 테니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투쟁 일변도 성향을 감안하면 이들의 더 커진 입김으로 향후 노사 관계나 사회적 대화에 작지 않은 부정적 파장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여기에 내년 1월 한국노총의 새 위원장 선거를 앞둔 상태라 내부 선명성 경쟁 차원에서도 투쟁 기조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고조될까 걱정된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우위를 점하던 한국노총이 권토중래를 위해 조직 확대와 투쟁 경쟁에 나설 경우 노동계가 대외적으로 한층 강경해지고 거칠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4월 서울 한 재건축아파트 공사장에서 양 노총이 인력 투입을 놓고 대치하며 몸싸움까지 벌인 민낯을 보인 적도 있는데 이런 추태가 재현된다면 공멸을 부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양 노총은 제1의 지위 경쟁과 그에 따른 권리 요구에 앞서 노동계 대표로서 먼저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낄 것을 촉구한다. 투쟁과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도 노동단체가 택할 수 있는 노선이고 카드라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