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컬럼

[세상 사는 이야기] 가을꽃 축제 (2022.10.8.)

joon mania 2022. 10. 4. 08:33

[세상 사는 이야기] 가을꽃 축제 (2022.10.8.가을꽃 하면 국화를 꼽지만

 

가을꽃 하면 국화를 꼽지만

구절초 투구꽃 억새 수크령

서정을 만끽할 꽃 지천이다

꽃잔치뒤엔 낙엽을 눈이 덮고

자연은 또 모습을 바꿀게다

 

 

가을꽃에 해당하는 식물을 엄격하게 가려내는건 쉽지 않다.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이 모호하듯 꽃을 피우는 시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적지 않은 꽃들이 여름부터 모습을 보이며 가을을 부르는 전령사 구실을 한다.주변에서 가장 쉽게 보는 가을꽃 코스모스도 한 여름에 이미 꽃을 피운다.

여름에 걸치지 않고 완연한 가을에 피는 꽃으로는 국화 구절초 투구꽃을 꼽는다. 

국화는 조문할 때 쓰여 사계절 손에 잡히지만 가을꽃 대표선수다.매난국죽 사군자의 하나다.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로 시작하는 서정주의 시 `국화꽃 앞에서` 덕분에 익숙하다.식물학자들의 분류를 보면 국화과에는 2만3000여 종,국화속에는 200여 종이 있다니 놀랄만큼 다양하다.관상용 꽃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게 국화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야외에 피는 연보라색 국화를 들국화라고 통칭하지만 그런 학명은 없다.제각각 자기 이름을 갖고 있다.산에 피는건 산국으로, 들에 피는건 감국으로 부른다.양지 바른 비탈엔 산국이, 반그늘 평지엔 감국이 주로 자란다.꽃은 둘 다 노랗지만 가지 색깔은 다르다.산국은 녹색, 감국은 갈색이다.산국은 쓴 맛에다 독성을 갖고 있어 약으로 쓰인다.반면 감국은 향이 좋아 차로 마실 수 있다.국화차는 대부분 감국차다.해안가에 피는 국화는 보라색으로 해국이라 부른다.쑥부쟁이,벌개미취 같은 순우리말 아름다운 꽃들도 국화과 울타리 안에 있는 것들이다.

국화속의 하나인 흰색 구절초는 가을여인이라는 꽃말에서 보듯 가을의 상징이다.비슷하게 생긴 데이지는 서양꽃인 반면 구절초는 한국,일본,중국에서만 자란다.음력 구월 초아흐레에 아홉 개의 마디가 생기고 그 위에 꽃이 핀다고 해서 구절초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구절초로 만든 차도 감국차 만큼 맛나다.구절초의 꽃봉우리는 차 만드는데 쓰고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잎과 줄기를 합친 전초는 말려서 약재로 활용된다. 

국화,구절초와 당당히 어깨를 견주는 가을꽃이 투구꽃이다.예쁜 보라색 덕분에 관상용으로 쓰인다.하지만 투구꽃은 맹독성 때문에 조심해야한다.사계절을 통틀어 꽃 중에 가장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적정량을 쓰면 마취용이지만 선을 넘으면 독약이다.조선시대엔 각시투구꽃을 사약 재료로 썼다.한약방에서는 초오 또는 부자라는 약명을 붙여 분류해뒀다.한의사를 통하지 않은 채 함부로 지은 한약을 먹고 위험에 빠진 이들 상당수가 이 약초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간결해보이는 억새도 꽃을 피운다.물가에서 자라는 갈대도 마찬가지다.영락없는 강아지풀처럼 생긴 수크령에도 꽃이 있다.가을 들녘에선 추수를 앞둔 벼 이삭 덕분에 금빛 물결을 만난다면 산에선 억새와 수크령이 은빛 물결을 만끽하게 만든다.

자연스런 산과 들에서 가을꽃을 만나야 제 맛을 향유할 수 있는건 두말 할 필요 없다.몇해 전 가봤던 평창의 메밀꽃 단지는 인상적이었다.요즘엔 백일홍도 더해져 장관을 이룬다.정선 민둥산의 억새꽃,양주의 천일홍도 지역 특화로 자리를 잡았다.지방자치단체들이 구역을 설정해놓고 마련한 꽃 축제에 찾아가 한 몫에 즐기는 것도 좋겠다.창원,서산,익산,함평의 국화 축제는 나름의 역사를 갖고 규모도 커서 볼꺼리를 꽤 준다.정읍 구절초 축제는 가을 서정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은 잔치다.고양,인제,태안에서는 아예 가을꽃 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여러 종류의 꽃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가을꽃을 만나는가 싶으면 금세 낙엽이 뒤덮일 것이다.스산한 찬바람이 강해진 뒤엔 눈발과 함께 겨울이 성큼 다가올게다.세월은 그렇게 가고 자연의 바뀜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