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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24시] 킹 목사 서거 40년 후의 미국(2008.4.7)

joon mania 2015. 7. 25. 22:45

[기자 24시] 킹 목사 서거 40년 후의 미국(2008.4.7)



위대한 흑인 인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산은 화려하다. 


전국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770개에 달한다. 그의 이름이 들어간 학교만 125개다. 


1968년 4월 4일 미국 남부 멤피스의 한 모텔 발코니에서 킹 목사가 총탄에 쓰러진 뒤 미국 사회는 분명 바뀌었다. 70년 1500명도 안 됐던 흑인 출신 선출직 공직자 숫자는 이제 1만명으로 늘었다. 하원의원은 물론이고 두 명의 주지사와 상원의원까지 나왔다. 한걸음 더 나가 흑인 대통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CNN과 오피니언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76%는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답변했다. 


여성 국무장관도 흑인이고, 월스트리트 최대 투자은행 최고경영자도 흑인이다. 능력이 있고 교육만 잘 받았으면 넘지 못할 영역이 없고 얼마든지 길이 열려 있어 보인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콜버트 킹은 "죽은 킹 목사가 오늘의 미국을 보면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흑인 학생들의 중ㆍ고교 중퇴율은 백인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높다. 30대 흑인 가운데 3분의 1은 전과 기록이 있다. 흑인 신생아 중 70%가 미혼모에게서 태어나고 있다. 흑인 재소자 90만명이 교도소에 갇혀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유력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미국 사회는 아직도 인종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흑백간 빈부와 교육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얘기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인종 문제는 미국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결함"이라며 "흑인은 백인이 누리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천적 결손증(birth defect)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잘 나가는 유력 대선후보 주자와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장관 입에서 나온 솔직한 현실 인정이다. 


흑인 문제는 미국 사회의 원죄다. 어찌 보면 영원히 풀기 힘든 난제로 보인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