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흑인대통령 탄생

[특파원 칼럼] 돈 전쟁에서 앞선 오바마 (2008.7.16)

joon mania 2015. 7. 28. 15:29

[특파원 칼럼] 돈 전쟁에서 앞선 오바마 (2008.7.16)



지난달 중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폭탄선언을 했다. 


11월 본선까지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선거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1976년 이후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해오고 있다. 오바마는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혜택`을 거절한 첫 주인공이 됐다. 


오바마의 이런 결정에는 배경이 있다. 돈을 거둘 자신감이다. 그에게는 개미군단의 든든한 후원이 있다. 민주당 경선 기간 중 그는 140만여 명의 소액 후원자들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5%가 200달러 이하 기부자들이다. 소액 다수의 후원자들은 개인 기부 상한선인 2300달러까지는 몇 번이라도 낼 수 있다. 개인은 예선과 본선에 각각 한 번씩 상한선까지 채울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사상 최대 규모 선거 자금 모금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대선 때 연방선관위에 신고한 모든 후보의 모금액은 총 8억9000만달러 정도였다. 제44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2006년부터 올 1분기까지의 모금액은 이미 9억5000만달러를 넘었다. 


오바마 혼자 모은 돈이 2억9000만달러다. 개별 후보의 모금액 최다 기록을 갖고 있던 2004년 부시 대통령의 2억5400만달러를 벌써 능가했다. 


매케인은 1억20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매케인도 저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5월 오바마와 매케인 두 후보의 모금 경쟁을 보면 매케인의 약진을 읽을 수 있다. 연방선관위에 신고한 5월 모금액을 보면 오바마 2190만달러 대 매케인 2140만달러였다. 부시 대통령의 지원과 당 차원의 모금 덕분이다. 부시는 애리조나주, 텍사스주 등 공화당 본거지 모금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공화당과 찰떡궁합인 정유업체와 에너지 업체들은 언제든 든든한 돈줄이다. 금융업종도 감세를 전면에 내세우는 공화당을 선호한다. 덕분에 당 전국위원회에서 모금액은 공화당 측이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전체 규모에서는 오바마와 민주당이 여전히 우위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는 할리우드는 민주당 선호도가 높다. 월가의 헤지펀드들도 민주당에 더 많은 돈을 건네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였던 금융업종에서도 민주당 기부액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오바마에게 57만달러를 기부했지만 매케인에게는 14만달러를 내는 데 그쳤다. 


이렇게 선거자금 모금에 자신감을 가진 오바마로서는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오히려 득을 볼 수도 있다고 계산한다. 


먼저 기존 워싱턴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다시 한번 과시할 수 있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40대 신예의 모습을 거듭 보여주려는 전략이다. 둘째 140만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개미군단 후원자들을 다시 한번 뭉치게 할 수 있다. 그들의 전파 효과는 두 배, 세 배의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캠페인에서 행동반경을 제한 없이 넓힐 수 있다. 선거보조금을 받으면 그 범위 안에서만 선거자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선거자금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결정적 변수다. 대규모 TV광고와 수시 여론조사로 지지도의 물꼬를 돌리는 바탕은 돈이기 때문이다. 


승리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돈은 쏠리게 돼 있다. 현재까지의 선거자금 모금 경쟁에서만 보면 오바마는 매케인에게 이기고 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