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189

[필동정담]점심(點心) (2020.8.13.)

[필동정담]점심(點心) (2020.8.13.) 우리말엔 시간과 때를 가리키는 단어들이 많다.다양하고 표현도 적절하다.예를 들어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등이다.사전엔 아침을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쯤까지의 동안`이라고 풀어 놓았다.낮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의 동안`이고 저녁은 `해가 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로 돼있다.각각의 때에 끼니로 먹는 음식이나 먹는 행위엔 식사라는 말을 붙여 쓴다.아침식사,저녁식사다.그런데 낮식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점심식사다. 점심(點心)은 한자어로 중국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다.본래 선종에서 저녁식사 전에 취하는 소식(小食)을 가리키는 용어였다.선승들이 수도에 정진할 때 시장기를 느끼면 빈 배를 가볍게 채우듯 뱃속에 점을 찍..

필동정담 2020.08.13

[필동정담]대청부채와 가시연꽃(2020.7.31.)

[필동정담]대청부채와 가시연꽃(2020.7.31.) 몰랐던 식물의 세계를 알았을 때 경이로움은 실로 크다. 햇살을 맞는 아침에만 필 것 같은 꽃이 새벽이나 밤에도 피는 오묘함이 대표적이다.나팔꽃은 새벽 4시경부터 피었다가 정작 해 뜨면 진다.달맞이꽃은 밤에만 핀다.대청부채는 더 특이하다.오후 3시 꽃을 피웠다가 밤 10시 쯤 오므린다.잎이 부채처럼 펼쳐져있다.중국,몽골,러시아에도 서식하는데 서해안 대청도,소청도와 백령도에 주로 자생한다.그래서 대청부채라는 학명이 붙었다.대청부채의 이런 개화시간 비밀을 식물학자들이 찾아냈다.같은 붓꽃류인 범부채라는 유사종과 섞여 교잡종이 생기는걸 막기 위한 생존술이란다.대청부채와 범부채는 염색체 수가 같을 정도로 가까운데 섞여버리면 자체 번식능력을 갖는 교잡종이 생긴다.이..

필동정담 2020.07.30

[필동정담]공연예술 지원(2020.7.21.)

[필동정담]공연예술 지원(2020.7.21.) 코로나19 확산 후 어려워진 분야의 순위를 매겨보라고 하면 백가쟁명을 벌일게 뻔하다.너도나도 곤경에 빠졌다며 볼멘 소리 내는데 뒤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어떤 이는 주저없이 여행과 항공 업종을 꼽을 듯하다.특정 업종을 넘어 대면 서비스 분야에선 예외 없이 죽을 맛이라고 말한다.재난구호금에 반짝 살아나는 듯하다 주춤하자 식당과 술집들도 다시 울상이다. 주관적인 기준으로 줄을 세울 수밖에 없으니 논란을 피하기 어렵지만 맨 먼저 꼽히는 분야는 문화예술 쪽이다.특히 클래식,국악,연극,무용 처럼 관객 앞에서 실연을 해야하는 순수공연예술이다.대중가요,영화,뮤지컬 등도 어렵기는 비슷하지만 그들은 시장도 클 뿐 아니라 나름대로 버틸 여력을 갖고 있다.클래식 공연의 경우 ..

필동정담 2020.07.20

[필동정담] 공생(共生) (2020.7.8.)

[필동정담] 공생(共生) (2020.7.8.) 여름철 산자락에서 쉽게 보는 때죽나무에는 두가지 열매가 달려있다.늦봄까지 흰 꽃이 잎겨드랑이에 피어있다가 지고나면 작은 종 모양의 진짜 열매가 맺힌다.영어이름 스노우 벨(snow bell)이 그래서 붙었다.이파리 위쪽엔 진짜 열매가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아래쪽엔 가짜 열매가 맺혀있다.얼핏보면 열매같지만 실은 나무벌레가 알을 낳아 녹색으로 둘러싼 주머니다.때죽나무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무벌레가 자리를 차지했지만 여하튼 공생을 하는 셈이다. 새들에게는 탁란이라는게 있다.자기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다른 새가 이를 품어줘 세상에 나오면 데리고 가는 못된 짓이다.가짜 공생이다.탁란의 주인공중엔 뻐꾸기의 악명이 가장 높다.사기를 당하는 상..

필동정담 2020.07.07

[필동정담]그린혼(2020.6.25.)

[필동정담]그린혼(2020.6.25.)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외래어 중 베테랑이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다.연주자나 운동선수에게 주로 쓰인다.고참 또는 노련한 사람을 의미한다.라틴어로 노인 혹은 선조라는 뜻의 베테레스(veteres)에서 왔다.영어에서는 노병이나 은퇴한 군인을 가리킨다.미국 연방정부엔 퇴역군인 관리를 전담하는 장관급 부처도 있다. 영어에 베테랑의 반대말로는 그린혼(greenhorn)이라는 표현이 있다.동물에게서 갓 자라나기 시작한 뿔로 아직 쓸모가 적은 상태라는 의미다.신병이나 신입생의 뜻으로는 리크루트(recruit)나 신인선수 혹은 신참에게 쓰는 루키(rookie)라는 단어도 있다.우리말 풋내기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표현은 그린혼이다.애송이라는 말도 있지만 약간 무시하거나 경멸적..

필동정담 2020.06.24

[필동정담]팥배나무 예찬(2020.6.12.)

[필동정담]팥배나무 예찬(2020.6.12.) 철마다 잎,꽃,열매가 돌아가며 색깔을 바꿔 입는다.팥배나무 얘기다.이른 봄엔 잎사귀를 초록으로 치장한다.녹음이 한창 진행되면 하얀색 꽃을 피운다.이파리 위에 꽃이 몽실몽실 구름처럼 떠 있는 듯 보인다.초여름으로 접어든 요즘 산자락에 흰꽃은 수국이나 산딸나무 정도만 남았다.흰꽃 향연은 팥배와 이팝을 선두로 찔레,때죽,아카시 등에 걸쳐 따로 또 같이 펼쳐졌지만 이제 대부분 져버렸다.여름에 맺히기 시작하는 팥배 열매는 가을로 넘어가며 빨강으로 채색된다.붉은 색깔과 시큼한 맛을 새들이 좋아한다.단풍철로 접어들면 잎은 노랑으로 바뀌었다가 황갈색으로 변한다.이파리는 다 떨어져도 굳굳하게 매달려 있는 붉은 열매를 겨우내 새들이 먹이로 삼는다.열매는 영락없이 팥을 빼박았고..

필동정담 2020.06.11

[필동정담] 대사의 리포트 (2020.6.2.)

[필동정담] 대사의 리포트 (2020.6.2.) `불확실성의 시대`로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드 교수가 외교관으로 외도를 한 적이 있다.하버드대 재직 중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나섰다.케네디와는 수시로 경제 현안을 토론했고, 연설문을 써주는 브레인이었다.대선 승리후 백악관 경제참모 같은 요직을 거절하고 인도대사를 자원했다.3년간 일하며 인도의 저개발과 빈곤 해결을 위해 네루 총리에게 국가재건사업 등을 조언했다.이때의 회고록을 `앰배서더스 저널`(Ambassador's Journal)이라는 책으로 남겼다. 현재 유엔대사로 있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이 비슷한 책을 내놓았다.`한국대사의 인도 리포트'라는 제목이다. 20015년부터 2년간 인도대사 때의 소회를 정리했다.`믿기..

필동정담 2020.06.01

[필동정담] 당선인 표기 유감(2020.5.20.)

[필동정담] 당선인 표기 유감(2020.5.20.) 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30일부터 시작된다. 지난달 15일 선거를 치른 뒤 꼬리표로 붙어다니던 당선인 혹은 당선자 라는 표기도 뗀다. 헌법과 관련법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선거를 통해 최다 득표를 올린 후보자를 당선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8년 1월 이전까지는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17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직인수위는 느닷없이 앞으로 당선인으로 써달라고 언론에 주문했다. 중앙선관위가 주는 증명서에 당선인증이라고 돼있고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당선인이 아닌 대통령당선자로 명기돼있다. 헌법 67조 2항에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

필동정담 202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