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배드뱅크 설립 부실자산 사들여 파산 도미노 차단(2008.9.20)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회사 부실 채권 인수 기구 설립 논리는 간단하다. 정부가 세운 전담 기구에서 부실 채권을 사들인다면 금융회사들은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형태는 1989년 S&L(저축대부조합) 사태 때 설립했던 정리신탁공사(RTC) 방식이다. RTC는 저축대부업계 붕괴 때 극약처방으로 설립됐던 부실 채권 인수 기구다. 1989년 미국 정부는 RTC를 통해 3940억달러를 투입해 747개 예금업체 부실 채권을 사들였다. 줄줄이 파산하는 지방은행 부실 자산을 수년에 걸쳐 매입했다.
백악관은 적극 지지다. 이에 앞서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부실 채권 인수 기구 설치에 대해 `오픈 마인드`로 아이디어를 경청할 것"이라고 찬성 의사를 표했다.
이 기구 설립에 의회는 외형상 반대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도드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런 기금을 설치ㆍ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RTC와 기능이 유사한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부실 채권 인수 기구 아이디어를 처음 낸 바니 프랭크 하원 은행위원장은 "FRB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8000억달러"라며 "이를 활용해 RTC 같은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이 기구에 5000억달러를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뉴스는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이미 "정부가 실패한 금융회사 부실 자산을 매입ㆍ처리하기 위해 RTC 같은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RTC 설립에는 논란이 적지 않다. 현재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지만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는 AIG에 대한 지원 자금 850억달러를 포함해 올해 미국 정부가 모기지발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투입한 자금이 9000억달러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금융권 부실금융 자산 규모는 총 1조달러를 넘어 2조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감안할 때 무작정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맞느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구가 가동되고 나면 부실 채권 매입 대상 기준도 고민거리다. 과거처럼 단순 채권만 사들일 것인지 아니면 파생상품 형태 연계 채권도 매입하고 담보를 확보할 것인지에 따라 운용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RTC는 대부분 상업용 부동산만 처분하면 됐으나 지금 부실 자산 구조는 복잡하다. 모기지 연계 증권이라고 표현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구조가 얽혀 있다. 파생상품 특성상 우량과 부실 자산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심각할 정도로 타격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미국 부실금융회사 처리방법은 두 가지였다. 상업은행은 합병을 통해 해결했고 저축대부조합은 RTC를 통해 정리했다.
통계에 따르면 상업은행 중 84%는 자체 자구 노력으로 해결했고 나머지 16%는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을 떠안았다. 저축대부조합은 전체 손실 중 25%만 자구노력과 예금보험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75%는 RTC를 통해 정부 재정자금을 투입해 정리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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