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통화 스왑 통해 달러 기축통화 유지에 애쓰는 미국(2008.10.31)

joon mania 2015. 7. 31. 14:47

통화 스왑 통해 달러 기축통화 유지에 애쓰는 미국(2008.10.31)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과도 손잡기


◆ 韓ㆍ美 300달러 통화스왑 체결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영국ㆍ스위스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협정을 맺은 것은 이미 지난해 9월이었다. 올해 하반기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됐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조치 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시점에는 호주 캐나다 외에 유럽 국가들인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까지 확대됐다. 


이번에 대상에 추가된 뉴질랜드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까지 합치면 14개국이 `달러 우산 체제` 일원으로 위상을 인정받았다. 


대상 국가 중앙은행에 달러가 부족할 때 언제든 미국 중앙은행이 공급해 준다는 약속인 만큼 외환위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원천적인 장치를 갖춘 것이나 다름없다. 


엄연하게 별개 국가임에도 통화스왑 협정을 근거로 미국 중앙은행 발권력이 대상국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팍스 달러리즘`을 재확인한 것이다. 


달러를 매개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미국 지배력을 여지없이 보여준 셈이다. 


미국이 통화스왑 거래를 통해 주요국을 `달러 우산` 아래로 끌어들인 데는 3가지 배경이 작용했다. 


첫째, 14개국에 대한 달러 공급을 통해 유일한 기축통화 체제를 지속시키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표면화하면서 미국 경제 자체가 흔들리자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와 가치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한 ECB 영국 스위스 등 3개국은 달러표시 자산 보유 규모나 통화정책 등에서 이미 미국과 한 배를 탄 처지였다. 


올해 추가된 일본까지 합치면 세계 금융시장에서 최대의 달러 보유국이자 수요국들이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중국은 통제경제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공식적인 `달러 우산`에 편입되지 않았다. 


둘째, 통화스왑 거래를 매개로 14개국을 `공범`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금리 정책을 비롯한 일련의 시장대응 조치에서 미국을 따라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효과를 겨냥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국을 포함한 7개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에 공조를 취하면서 이미 공동 운명체임을 보여준 바 있다.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 기조를 택하면 주변국들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 국제 금융시장 시스템이다. 미국에 의해 `왕따` 취급을 당하고 있는 중국도 주요국 금리 인하에 보조를 맞춰 동참했을 정도였다. 


셋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국외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달러가 확연하게 감소하는 추세에 대한 대응책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불거진 뒤 월가 자본 확충에 아시아와 중동 국부펀드(SWF)를 비롯한 자금이 몰려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으로 유입되는 달러 규모가 확연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뒤부터는 안전성에 대한 불신까지 가세해 더 가속됐다. 미국은 ECB 영국 일본 스위스에 대해서는 무제한으로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150억~300억달러 등 한도를 설정했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늘려준다는 방침이다. 이들에게 공급하는 달러는 결국 미국 국채 등 달러표시 자산 매입이나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투입 등 형태로 미국에 환류된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공급하는 달러 중 80%가량은 고스란히 미국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이 14개국을 선택해 맺은 통화스왑 협정은 대상국에 달러가 부족한 것을 해결해주는 안전장치로 출발하지만 뒤집어보면 미국 측 필요에 의해 나온 카드인 셈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