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공적자금 눈먼 돈 될라" 눈 부릅뜬 세계각국(2009.2.16)

joon mania 2015. 8. 4. 18:23
"공적자금 눈먼 돈 될라" 눈 부릅뜬 세계각국(2009.2.16)
유럽…금융社임원 연봉제한
중국…횡령등 비리 감시 강화
일본…주요사업 원점서 검토

대공황 이래 사상 초유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전 세계 정부들이 재정지출ㆍ구제금융 등으로 수천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낸다. 이런 경기 부양 과정에서 기업ㆍ가계 부문 도덕적 해이도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 최근에도 정부 지원을 받는 일부 금융사 경영진이 천문학적인 보너스와 연봉을 챙겨가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 현상은 대규모 경기 부양 과정에서 훨씬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먼저 금융사 임원진의 연봉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재무부의 지원 자금을 받는 기업 고위 간부에게 연봉 3분의 1을 초과하는 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금융구제안에 포함시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서는 금융사 고위 간부들의 보너스를 제한부 주식처럼 장기적 인센티브 형태로 지급하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지원 자금이 전액 상환될 때까지 현금화할 수 없도록 했다. 

7870억달러 규모로 확정된 미국 경기부양책 심의 과정에서는 야당인 공화당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나왔다. 공화당은 무분별하게 돈만 쏟아붓는 재정 지출을 너무 늘린다는 것과 정작 필요한 감세는 오히려 확대하지 않는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에서도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뒤따라올 도덕적 해이 문제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경제 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이 고액 연봉만을 챙긴다는 비판과 서민 경제 지원을 위해서는 돈을 아낀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유럽 정부들이 해결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독일은 이미 지난해 10월 5000억유로 규모의 은행 구제펀드 조성을 구상하면서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은행을 대상으로 연봉 상한제 규정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조만간 은행 경영진의 임금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조치에 서명할 계획이며 피터 맨덜슨 영국 산업장관도 은행의 과도한 보너스 지급에 대해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은행 경영진에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면서도 "은행의 경영과 보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브뤼셀에서 공적 지원을 받은 은행들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자산 일부분을 보유하고 경영진의 보수도 일정한 제약을 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방지하는 데는 중국과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새는 돈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4조위안(8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뒤 자금 집행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방과 여러 부문에 만연한 부정부패로 인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붓는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어서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도 정부가 1조위안 투자계획을 내놓은 뒤 부패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재정부는 이 같은 부정을 막기 위해 부양안 자금 집행을 점검하는 조직을 가동해 지방정부와 국유ㆍ공기업 등을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중앙ㆍ지방정부에 대해 행정경비를 지난해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요구한 상태다. 하부 행정 단위들의 차량 구입을 비롯해 회의ㆍ접대ㆍ해외출장 등 각종 비용도 집중적으로 점검해 불필요한 경비를 최대한 낮춘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경기 부양 투자금 4조위안은 아직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중앙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국인 변호사가 중국 정부에 대해 "4조위안 투자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경기상황이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판단 아래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재무성과 지자체 등이 공동으로 자금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해 엄격한 자격 심사를 실시하는 등 부작용을 막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 도쿄 = 채수환 특파원 / 서울 =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