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개헌 다룰 상설기구 만들자 (2012.8.7.)
현행 헌법 문제점 공감한다면
국회에만 맡겨두지 말고
각계 대표로 헌법의회 따로둬
상시 논의와 의결 가능케 해
시대정신과 변화 반영해야
이렇게 백가쟁명에 가까우니 전면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다. 경제민주화를 담은 119조 2항 하나만 놓고도 팽팽한 논쟁에 밤을 지새울 게 뻔하다. 미국은 헌법 개정 제안과 통과를 상ㆍ하 양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가능토록 하고 있다. 비준은 50개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까다롭지만 언제나 가능토록 열어둔 덕분에 1787년 연방헌법이 발효된 뒤로 총 18차례 개헌을 했다. 손댄 조항은 27개다. 삭제나 개정도 있지만 추가된 규정이 많다. 1968년엔 베트남전쟁에 18세의 젊은이들 상당수가 참전하자 대선에서 선거연령을 기존 21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ㆍ하 양원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2006년에는 동성 간에도 가족 형성을 인정하자는 조항을 상원에 올렸지만 찬성 48, 반대 52로 부결됐다. 우리의 헌법을 조목조목 보면 조항별로 상충되거나 심지어 위헌 소지를 안고 있는 대목이 있다. 헌법 67조 2항에는 대통령선거에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일 때 국회 과반수 출석 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65조 2항 대통령 탄핵소추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규정을 두고 있으니 엇박자다. 헌법 33조 2항 공무원인 근로자는 노동3권을 제한한다는 조항도 논란거리다. 꼭 필요하다면 독일처럼 하위직에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상위직만 제한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있다. 하나하나 살펴 바람직한 방향으로 고칠 수 있게 논의의 장을 열어두는 게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합의되면 수시로 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국회가 독점적인 권한을 내놓으려 할 리 없다는 데 있다. 개헌특위라고 만들어봐야 자문기구 정도로 활용하고 말 거다. 이런 기득권의 틀을 깨는 방안으로 헌법학자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헌법의회`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연방의회와 별도로 헌법의회(convention)라는 기구를 통해 개헌을 제안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물론 18차례의 개헌에 단 한 번도 헌법의회가 활용된 적은 없다. 헌법 제정 때 12개주에서 파견된 40명의 위원들로 구성돼 헌법의 토대를 닦았던 기구의 전통을 살려보자는 취지다. 국회에 개헌을 맡겨놓으면 뻔할 테니 우리도 별도의 상설기구인 헌법의회를 가동하자는 얘기다.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 힘을 실어주면 국회에 준 권한을 옮겨올 수 있다. 정부, 국회, 지방의회,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대표들을 구성토록 한다. 선출직이 아니지만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하고 국민들이 존중해야 한다. 3분의 2 찬성 규정을 정해 의결을 거치면 헌법이 수시로 개정될 수 있도록 한다. 헌법은 한 국가의 구성에 관한 기본 규정이다. 우리 역사에는 9번의 개헌이 있었다. 1987년 자리 잡은 현행 헌법에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거쳐 다시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절차를 까다롭게 해놓았다. 하지만 헌법에는 권력구조 외에도 담아야 할 게 많다. 무엇보다 시대정신과 상황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복지나 사회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달라졌고, 남북관계도 변했다.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은 정비해야 한다. 국가 경영은 법치에 근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법치는 제대로 만들어진 헌법에서부터 출발한다. 불합리한 헌법이라면 시급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윤경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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