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그네틱 카드 소동 탁상행정 표본이다(2012.3.5.)

joon mania 2015. 8. 9. 01:37
마그네틱 카드 소동 탁상행정 표본이다(2012.3.5.)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마그네틱 카드를 통한 현금 인출 제한을 무턱대고 시작한 금융당국이 빗발치는 고객들 원성에 한발 물러섰다. 원래 일정을 미뤄 5월 말까지는 기존처럼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할 수 있고 6월부터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대신 9월부터는 마그네틱 카드를 아예 사용할 수 없고 IC카드만 쓰도록 하는 계획은 당초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는 것은 불법 복제 등에 취약한 마그네틱 카드 소유자 재산 손실 발생과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추진됐다. 금융당국이 2004년부터 금융회사들과 협의해 준비해 왔다는데, 정작 고객들에게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체 카드 4900만장 중 17.5%인 900만장이 마그네틱 카드라니 은행들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상 고객들에게 알려야 했다.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한 자동화기기 현금 인출 제한 조치를 시작한 지난 2일 각 은행 창구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이를 사전에 알지 못한 고객들은 돈을 찾을 수 없자 당황했고 현금 인출과 카드 교체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은행들은 마그네틱 카드 소지자들에게 이미 문자메시지나 우편 통지문을 통해 안내해왔다고 설명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체크카드나 현금카드는 현장에서 IC카드로 즉각 교환이 가능했으나 일부 신용카드는 재발급까지 열흘에서 2주일까지 걸린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었다. 
금융감독원 임무 방기도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은행들에 대해 준비와 홍보 소홀을 감독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마그네틱 카드를 대신할 IC카드 핵심 부품인 IC칩 공급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카드사가 IC칩을 확보하지 못해 신용카드 재발급에 2주일까지 걸리도록 놔둔 것은 금감원 책임이다.
현장에서 국민에게 발생할 불편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일정대로 간다는 식의 정책 집행은 행정편의주의이자 탁상행정에 다름 아니다. 주말 고속도로 통행료 할증제를 도입해 1000원에서 1050원으로 통행료를 올렸는데 정작 50원짜리 거스름돈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 교통 체증을 빚은 사태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질책한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그런데 또 탁상행정으로 국민을 골탕먹였으니 금융당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