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는 선심쓰고 어린이집은 더 받아내려하고(2012.2.28.)

joon mania 2015. 8. 9. 01:34
정치는 선심쓰고 어린이집은 더 받아내려하고(2012.2.28.)
 
예고됐던 전국 1만5000여 민간 어린이집에서 동맹 휴원 사태가 어제부터 결국 시작됐다. 대전과 충남ㆍ북을 비롯해 광주나 전북 지역은 휴원에 불참했고,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당직교사를 둬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 불편을 덜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 부부들은 계속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이다.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지난 2~3년 동안 보육료를 동결했고,유치원에 비해 어린이집에는 별도 지원이 없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달 중순 민간 어린이집 3~4세 담당교사 수당을 내년부터 월 30만원 지급하기로 하는 등 처우 개선 계획을 이미 밝혔다. 
그런데도 감행된 동맹 휴원은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 대표를 뽑는 분과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 지도부가 세력 결집을 위해 유도한 카드라는 지적이다. 75만여 명의 민간 어린이집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볼모로 벌이는 집단이기주의 행동이니 결코 동정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말 국회의 0~2세 무상보육 예산안 기습 처리로 시작된 보육 복지 열풍에서 촉발됐다. 정치권에만 불던 포퓰리즘 바람이 민간 부문으로까지 퍼져 결국 국민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는 첫 단추를 잘못 뀄고, 정부는 중심을 잃은 채 끌려갔다. 0~2세 영유아 가정에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39만4000원씩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3~4세에 대해서도 누리 과정을 조기에 도입하고 0~2세 양육수당 지원을 소득 하위 70%로 확대하는 추가 방안까지 줄지어 내놓았다. 
애초부터 맞벌이 부부층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했으니 이해 당사자의 잇단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부모들은 이 기회에 보육료 지원을 못 받으면 바보라며 너도나도 0~2세 영유아를 보육시설에 맡기려 나섰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갖은 항목을 만들어 정부 지원을 더 끌어내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다. 
시혜 대상이던 민간 부문이 오히려 포퓰리즘을 이용해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자기 잇속 챙기기라는 역공에 나선 꼴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통해 포퓰리즘 정책 남발이 얼마나 각 부문에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부작용을 낳는지 똑똑히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