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관련 소송 2라운드가 어제부터 미국에서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을 특허를 무기로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에 선포한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구글폰으로 불리는 `갤럭시 넥서스`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애플은 삼성에 소프트웨어 특허 5개를 침해한 대가로 대당 40달러씩 로열티를 내라고 주장한다.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장치를 비롯해 단어 자동 완성, 데이터 태핑, PC-스마트폰 데이터 동기화, 음성 통합 검색 등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스마트폰도 아이폰과 유사함을 느끼게 하는 기능들이다.
그렇다 해도 지나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예상치보다 10~20배나 과도한 수준이라고 했다. 소송에서 애플이 이기면 당장 스마트폰 제조사 측 원가 부담이 늘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12년 1차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9억3000만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앞으로 애플세(稅)가 생길 것"이라고 표현했다. 1차 소송에서는 제품 외관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가 주를 이뤘다. 2차 소송에서는 사용자환경(UI) 등 소프트웨어가 쟁점 분야라 재판 결과가 제조원가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플 소프트웨어처럼 CDMA 방식 모바일폰에 빠지지 않는 퀄컴 부품이나 컴퓨터 중앙기억장치에 반드시 필요한 인텔 반도체도 비슷하다. 소비자들은 이미 퀄컴세나 인텔세를 내고 있는 꼴이다. 구글세도 시간 문제다.
17세기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 때 18년이나 재상을 맡았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조세 징수를 거위털 뽑는 기술과 같다고 비유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같은 양의 털을 뽑으면서도 거위가 소리를 덜 지르게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애플세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걸 보면 이제 정부만 세금을 징수하는 시대가 아닌가 보다. 애플의 특허소송을 보건대 콜베르의 거위털 이론을 깔아뭉개는 듯하다. 조세 저항은 시대를 막론하고 정권을 뒤엎을 정도로 무서운 파도로 다가올 수 있음을 애플이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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