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사회책임경영에 대하여 (2014.11.25.)

joon mania 2015. 8. 10. 17:58

[매경포럼] 사회책임경영에 대하여 (2014.11.25.)

이윤추구부터 사회책임까지
기업경영에 고려해야 하는
모든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가능성 높이는데 있다 

10여 년 전 일선 기자 때 ‘다시 쓰는 기업론’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했다. 


당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했더니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가 심각했다. 긍정적 답변은 24%에 그친 반면 부정적 의견이 39%로 많았다. 보통이라는 유보적 견해가 37%였다. 중간에 있는 이들의 생각을 바꿔줄 필요가 있었다.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가 또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중·고교생에게 물었더니 기업의 목적을 사회 기여라고 본 의견이 이윤 추구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기업들이 사회책임이라는 옷을 입는다면 국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내놓았던 결과물이 ‘사회책임경영시대’라는 제목의 시리즈였다. 


일본은 1990년대에 이미 사회책임경영(CSR)을 얼마나 실천하는지 계량화한 지수까지 만들어 쓰고 있었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출발했지만 유엔환경계획(UNEP) 협력기관인 GRI에서 기업들에 보고서를 작성토록 해 사회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설정토록 하고 있었다. 


글로벌 제조업체 중에 GRI 리포트를 내지 않는 곳이 드물었다. 2004년 우리 기업 중엔 현대자동차, 삼성SDI, 포스코 딱 3곳에 불과했다. 3사는 엄한 환경기준 잣대를 대는 유럽 시장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였으니 절실했다. 나머지 기업들에는 먼 나라 얘기였다. 


기업의 사회책임을 얘기하면 스포츠용품회사 나이키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유명한 사진을 떠올린다. 베트남 공장에서 축구공을 꿰매는 12세 파키스탄 소년을 담은 라이프 잡지의 1996년 6월호 커버스토리다. 아동 노동에 대한 지탄이 쏟아졌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다음해 나이키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 줄었고, 순익은 반 토막 났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하도급업체,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도덕성을 충족시켜야 하는 사회책임경영이 확산됐다. 공유가치창출경영(CSV)이라는 개념도 출현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주창하면서 금세 퍼졌다. 포터 교수는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경영학자였다. 그랬던 그가 이윤을 남긴 뒤 사회공헌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활동 자체를 이해관계자들과 손잡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연계해야 한다고 나섰다. 


공유가치창출과 사회책임경영의 조화는 쉽지 않다. 식품 기업 네슬레를 보자. 남미와 아프리카 등 커피 및 카카오 원산지에 재배시설을 두고 교육 인프라스트럭처도 구축한 덕분에 현지 농가는 안정적 수입을 얻고, 네슬레는 양질의 원료를 공급받는다. 공유가치창출의 성공적인 사례다. 반면 초콜릿 원료인 오일팜 재배 농장이 열대우림을 파괴했다는 환경단체의 경고를 묵살해버린 뒤 네슬레는 불매운동에 봉착했다. 주력 제품 원료 조달을 둘러싼 사회책임경영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당한 일이다. 


최근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옥중에서 쓴 책 덕분에 일반기업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방식도 관심을 끈다. 최 회장은 사재 100억원으로 사회적기업 창업지원기금을 조성해 이달부터 10~20개를 뽑아 투자한다고 한다. 


최 회장처럼 기업 경영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접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회적 경제’를 향한 노력이다. 새누리당의 경제통 유승민 의원도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해 앞장서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는 아직 척박하다. 기업에서는 아직도 사회책임을 비용과 부담으로 보는 게 현실이다.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연말에 사랑의온도탑이 세워지면 그룹 차원에서 낸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회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아직 멀었다. 


사회책임경영이든 공유가치창출이든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항상 되새겨야 한다. 이윤 추구도 윤리 경영도 딱 하나로 모아진다. 결국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높이느냐다. 수십 번 곱씹어야 할 과제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