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얼마나 느는지 따져봤나요? (2015.2.3.)

joon mania 2015. 8. 10. 18:10

[매경포럼] 얼마나 느는지 따져봤나요? (2015.2.3.) 


세법 바꾼 관료·심의했던 국회의원
자기 소득세 증가에 관심 가졌을까
연말정산 환급으로 적자 메우는
서민애환 모르니 거위털 뽑는거다



기획재정부 사무관들도 시뮬레이션 해보곤 늘어난 세금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얘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세제실 전문가 몇몇만 해독 가능한 난수표식 연말정산 개편이었음을 확인시킨다. 

책임 소재를 따져보자. 정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선거 때 무상복지는 잔뜩 늘려놓고 증세는 없다고 고집을 피우니 밑에서 꼼수를 동원한다. 


바닥에는 국민이 있다. 증세는 싫다면서 복지 혜택은 더 원한다. 이런 이율배반이 이중 구조를 고착시켰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세부 정책을 마련한 공무원과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법을 덥석 바꿔준 국회의원들이 끼어 있다. 


2013년 세법 개정 지휘 라인은 현오석 부총리-이석준 제2차관-김낙회 세제실장이었다. 청와대에는 조원동 경제수석-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이 있었다. 


꼼수에 관한 한 경제관료를 이길 자가 없다. 관료는 어떤 정책이든 되는 이유 10가지와 안 되는 이유 10가지를 양쪽 주머니에 동시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연말정산 각종 공제와 예외 조항이 200개나 되는 복잡한 세법을 만들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매년 뜯어고치는 게 이들이다. 제도 변경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게 출발이었다. MB정부 때부터 이런 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준비도 해왔다. 사달은 다자녀소득공제, 출산소득공제, 연금공제 등을 혜택 대상에서 빼버린 데서 나왔다. 한쪽에선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에 골몰하는데 다자녀가구에서 되레 세금을 더 걷는 규정을 만들었으니 이런 엇박자가 어디 있나. 그런데도 월급쟁이에게서 1조원가량을 더 걷는다. 처음엔 연봉 345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를 기준으로 삼았다. 반발에 부닥치자 연봉 5500만원으로 기준을 올렸고 그 아래 구간의 세금 부담은 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이번 5월에 재정산 후 소급 환급한다지만 그때 돌려준 돈이 몇 푼 되지 않으면 다시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개편 전엔 환급받는 이와 세금 더 내는 이가 60대40 정도라면, 개편 후엔 55대45라는데 더 내게 됐다는 불평이 많다. 꼼수 관료보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켜준 국회의원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2013년 말 본회의에서 그들은 찬성 245대, 반대 6이라는 압도적 지지로 처리해줬다. 그해 여름 처음엔 서민과 중산층에 세금 폭탄이라며 야당은 물론 여당도 제동을 걸었다. 기준을 5500만원으로 올린 뒤에 문제를 다 해결했다는 듯이 무뎌졌다. 월급쟁이들을 이렇게 흔들어놓을 민생법안인데 예산부수법안에 집어넣어 일괄처리했다.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봐야 할 세법 관련법안은 산더미였다. 그해 마지막 날에만 심사할 안건은 182건이었다. 이걸 어찌 다 꼼꼼히 훑어보나. 그러지 않아도 세법은 의원들의 민원 해결 창구로 활용된다. 조세제한특례법이 대표적이다. 소득세법, 부가세법, 법인세법 등을 합쳐 세법개정안 가결률은 다른 법안보다 훨씬 높다. 민원성 개정이 많은 데다 복잡하고 어려우니 의원들끼리 대충 눈감고 넘어간다. 관련 입법이 부실과 누더기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관료와 국회의원들 중 세법 통과 후 각자 소득세를 얼마나 더 내게 되는지 궁금해한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세금이 얼마 나오든 생활에 지장 없는 분들이라 관심을 가질 리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연말정산 후 환급되는 13월의 월급으로 적자를 메우는 서민들의 애환을 모를 테니 이렇게 거위털을 아프게 뽑으면서 정작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슬픈 현실이다. 


불난 데 부채질하듯 연이어 터진 건강보험료 개편작업 중단 사태도 어처구니없다. 건보료 개편은 연말정산 파동과는 다른 사안이었다. 월급 외의 금융소득 등으로 무임승차를 하고 있던 1%의 고소득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건데 그들의 반발이 무서워 접었다. 


그런데 청와대나 여당, 정부 모두 발뺌하기에 바쁘다. 여론 반대에 부닥치면 맥없이 수정하고 백지화해버리는 소신 없는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어야 할꼬.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