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한국몽(韓國夢)은 있는가(2014.12.23.)
중국은 두개의 100년 내걸어
국민에게 꿈과 희망 심는데
박근혜 정부 조직·인력 보면
미래전략 누가 짜는지 암담
지도자들은 미래의 꿈을 국민에게 제시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슬로건으로 집약한다. 그것을 통해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두 개의 100년이라는 표현을 썼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엔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를 이루겠다고 했다.
소강사회는 논어 예기(禮記)편에 나오는 이상 사회다. 덩샤오핑이 1979년 내놓았다. 장쩌민을 거쳐 시진핑까지 이를 이어받아 시대 상황에 맞춰 활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 실현이다. 중국몽(中國夢)이 여기 있다.
나라마다 미래를 향한 중장기 국가전략 수립에 공을 들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국가정보위원회(NIC)가 맡는다. 16개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보좌기구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된다. 포괄적인 트렌드를 파악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한다. 4년 단위로 발간하는 글로벌트렌드라는 보고서는 1997년부터 대선이 있는 해에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은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연구원 몫이다. 영국은 2002년 토니 블레어 정부 때 미래전략처를 총리실 직속으로 뒀다. 싱가포르 총리실 산하의 미래전략센터도 비슷한 목적과 역할을 위해 둔 기구다.
스웨덴이나 핀란드도 이쪽에선 앞선 나라들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중장기 미래전략을 어디서 고민하고 있나. 이명박정부 때 대통령 직속으로 미래기획위원회와 기획단을 가동했지만 정권이 바뀐 뒤 사라져 버렸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고, 대통령의 관심 대상도 아닌 듯하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은 현안에 더 쫓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에 허덕일 뿐 미래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정부조직법 규정으로는 기획재정부 몫이다. 재정 앞에 기획을 붙여놓은 것은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맡고 있어서다. 미래사회정책국이 담당 조직이다. 그런데 팔에 채워진 완장의 무게를 보면 많이 부족하다.
중장기전략위원회라는 민관합동자문기구도 두고 있지만 모양 갖추기다. 미래사회정책국(출범 때는 장기전략국)과 중장기전략위는 MB 정부 말기인 2012년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의 의지로 만들었다. 그해 말에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 보고서’를 낸 뒤 개점 휴업 상태로 방치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2년여를 보낸 지난달에야 제2기 위원회를 소집했다. 민간 전문가에다 장관급 정부위원을 합쳐 새로 출범했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위원회는 ‘5~10년의 시계에서 보다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현 정부 내에서 즉시 실행해야 하는 과제도 발굴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무조정위원회 작업반을 보면 상투적이다. 아직도 인구 구조, 과학기술, 대외·통일, 환경·에너지, 사회 구조에서 맴돈다. 예단하자면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 시급하다거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 통합이 절실하다는 식이 될 것 같다. 그런 정도로는 국민에게 식상함밖에 줄 게 없는데.
미국 NIC가 두 해 전 2030 글로벌트렌드를 내다보며 뽑은 블랙스완(터질 경우 파괴력 높은 돌발 변수) 8가지는 이렇다. 글로벌 무정부주의, 전염병 창궐, 기후변화 가속화, 태양자기장 폭풍, 핵전쟁 및 사이버전쟁, 유로 및 유럽의 붕괴, 중국의 붕괴, 이란의 개혁 등이다. 슈퍼파워로서 지구촌 변화를 미리 대비하려는 미국과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를 맞비교할 일은 아니다. 그래도 참고는 할 만하다.
우리도 대한민국 건국 100년인 2045년에 도달할 그럴듯한 꿈을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좋지만 2015년에는 미래 비전이나 혹시 닥쳐올지 모를 블랙스완을 얘기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중장기위원회가 앞으로 1년간 활동한 뒤 내년 말 최종 보고서를 발간한다니 지켜보자. 한국몽(韓國夢) 정도 될 만한 선물을 줄 수 있으려나.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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