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개입에 망가진 게 포스코만인가(2012.5.14.)
세계 3대 철강회사로 발돋움한 글로벌 기업 포스코가 최근 터져나온 정치 추문과 실적 악화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1일 열렸던 포스코 정기이사회에서는 불거져 나오는 각종 의혹과 경영 상태에 대한 염려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정준양 회장 취임 후 3년간 공격적인 기업 인수ㆍ합병으로 포스코 계열사 수는 36개에서 71개로 늘었지만 사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처지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결과 부채 비율은 2009년 54.5%에서 현재 92.4%로 두 배가량 치솟았고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한때 76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30만원대로 반 토막 나 있다. 정권 실세 개입 징후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사업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이 선정되는 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개입됐다는 정황에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2009년 초 정 회장 선임 과정에 당시 현직에서 물러나 있던 박 전 차관이 직접 후보자를 면접하며 좌지우지했다는 얘기로 확대됐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경쟁 후보였던 윤석만 전 사장은 민간인 사찰을 맡았던 총리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에서 뒷조사를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포스코 역대 회장은 정권 교체와 함께 매번 바뀌며 정권과 명운을 함께한 것으로 알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외국인 지분이 50.5%나 되는 상장회사고 정부 지분은 한 주도 없는 민간기업인데도 이 정도니 다른 공기업에서는 어떠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 한국전력, KB금융, 우리금융 등 최고경영자도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을 내세워 선임된 이들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스코, KT, 한전, 우리금융, KB금융 같은 기업은 민영화됐다고 하면서도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소유구조의 한계 때문에 빈번하게 추문에 휘말리는데, 문제는 이런 일이 정권 말기에 도달하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대권을 향해 뛰는 주자들과 정치권은 포스코를 망가지게 한 MB정권 실세들의 분탕질과 그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업 경영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일을 정권 획득 공로자나 최고 권력자와 가까운 이에게 마치 전리품을 나눠주듯 안기면 기업도 망가지고 나아가 경제 전체에 주름살이 잡히게 하는 짓임을 포스코를 보며 배우길 바란다. |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멸시효 직전 美 금융사에 손배訴 낸 우리은행(2012.5.18.) (0) | 2015.08.12 |
---|---|
중국 사전통보 않고 비자 규제, 한국 뭘로 보나(2012.5.16.) (0) | 2015.08.12 |
고비용 결혼식, 눈 딱감고 나부터 자르자(2012.5.12.) (0) | 2015.08.11 |
부동산대책, 정부가 가격 부양까지 할 순 없다(2012.5.11.) (0) | 2015.08.11 |
여야 새 원내대표에게 국민은 뭘 기대할까(2012.5.10.) (0) | 2015.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