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열사 거래 불법이라는 公正法 지나치다(2013.4.13.)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제재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막판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다음주에 법안소위 심의를 거치고 상임위를 통과하면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해 10월부터 시행하는 일정이다. 달라지는 대목을 보면 대기업 총수가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당 내부거래를 지시하거나 관여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될 경우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총수의 간여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감을 몰아준 회사만 처벌했으나 이를 제공받아 이익을 얻은 계열사도 제재를 받는다. 일가의 범위는 총수쪽 6촌 이내, 배우자쪽 4촌 이내 친족이다. 기업들은 수직계열화된 국내 기업집단 구조에서 내부거래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 법안은 해당 계열사와 거래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거나, 타사에 맡길 때 영업 비밀이 노출될 경우 등을 제외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계열사 간 거래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지나친 규제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소유의 비상장사를 세우고 일감을 몰아줘 쉽게 확장시켜온 기존의 사례를 감안할 때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 있는 대기업 비상장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5.64%로 총수 없는 대기업의 16.95%보다 높다. 특히 총수 자녀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6.3%에 달하는 점을 들고 있다. 감사원이 국세청에 대한 주식 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 감사를 토대로 지난 10일 지적했듯이 현대차계열의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처럼 눈에 보이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계열사를 키운 대기업도 적지 않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38개 기업집단 중 지배주주 지분 확인이 가능한 66개 기업의 11년간(2000~2010) 거래를 분석한 결과 총수 일가는 평균 44%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전체 매출액 중 57%를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충당했다. 우리는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차원에서 대기업의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MRO(소모성 자재구매)나 SI(시스템 통합)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본지의 문제 제기 후 삼성그룹은 MRO에서 손을 뗐고,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중소기업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하거나 총수 일가의 사적 이해를 위한 대물림용 계열사 내부거래는 분명히 규제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가운데 일부는 명분과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공론화에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등기임원 연봉 공개나 경영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기존 관행을 개선할 수 있겠지만 경영 의욕을 꺾거나 사생활 침해로 가서는 안 될 일이다. 과세 강화도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거나 소급 적용 시비를 낳는 일이 없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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