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그동안 미납한 추징금 1672억원을 납부하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검찰이 추징금 집행전담팀을 구성한 지 110일 만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부터 따지면 16년간 버티다 손을 든 것인데 그동안 보여온 대한민국 사법정의를 무시한 듯한 태도를 감안하면 국민의 감회는 제각각일 것이다. 전씨 미납 추징금 환수 문제는 올해 10월로 시효가 만료된다는 점 때문에 다시 부각됐다. 국민 여론에 힘입어 지난 7월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됐고 환수 시효가 2020년까지로 늘어났다. 검찰은 법 시행 나흘 만에 전씨 사저 재산 압류와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갔고, 전씨 처남 이창석 씨 구속과 차남 재용 씨에 대한 소환 조사로 압박하자 '결심'을 한 것이다. 전씨는 그동안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몇 차례 추징 과정에서 '전 재산 29만원'이라며 국민을 향해 버티기를 해왔다. 새 정부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도대체 과거 정권들은 뭘하고 있었기에 아직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취지의 질타를 하자 검찰은 바쁘게 움직였다. 재국 씨의 납부 의사 표명 후 검찰은 부동산과 동산, 금융자산 등을 포함해 1703억원 상당 전씨 측 재산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1703억원은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 채무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미납 추징금을 일단 웃돈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 때 양도세 37%가 부과된다면 실제 추징금에 미달할 수 있으니 이 문제도 풀어야 할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미납금을 완납한다 하더라도 사법적 책임은 별개 문제라는 태도를 취해왔는데 향후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연희동 사저에서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국민 정서를 감안해 결론을 내려야 할 일이다.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을 완납하면서 일그러졌던 사법정의가 그나마 실현됐다. 아직 미납된 추징금은 두 전직 대통령 외에도 기업인 몫을 포함해 27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미납분도 확실한 징수 방안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추징금 납부 거부 등 사법체계와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초법적인 행동에는 누구도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으며 용인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增稅 가능하다'는 朴 대통령의 인식 전환(2013.9.18.) (0) | 2015.08.20 |
---|---|
3자 회담 수용해 정국 빨리 정상화하라(2013.9.13.) (0) | 2015.08.20 |
公共부문에 도입한'시간제 일자리'실험(2013.9.10) (0) | 2015.08.20 |
추격자에서 先導者로 첫 제품 낸 삼성전자(2013.9.7.) (0) | 2015.08.20 |
MS-노키아 인수를 보며 삼성전자가 챙길 과제(2013.9.5.) (0) | 2015.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