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어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오는 4월 아시아 4개국 순방을 공식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에다 일본만 방문하려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여 일본에 할애한 2박3일 일정을 1박2일씩 쪼개 한국에도 온다는 것이다.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보내며 연내 방한 의사를 밝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급변, 일본의 가속되는 우경화 등 굵직한 현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동북아 핵심국인 한국을 방문 대상에 포함하지 않으려 했다면 이는 전략적으로 오류일 뿐 아니라 잃는 게 더 많았을 것이다. 더욱이 과거사를 둘러싼 한ㆍ일 간의 갈등과 그에 따른 팽팽한 외교전 속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만 방문할 경우 감당 못할 후폭풍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 언론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오바마가 일본만 방문했을 경우 한국의 반발로 한ㆍ일 관계가 더욱 나빠질 뿐 아니라 방일 분위기가 훼손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역사 문제로 가장 치열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한ㆍ일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될 조정 방안을 마련해 오길 바란다. 양국의 갈등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 폭발한 계기는 작년 12월 25일 오키나와 미 공군기지 건설 허가를 빌미로 그 다음날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한 일이었다. 당시 미국이 잘못된 신호를 준 측면이 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아베의 폭주에 제동을 걸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 아베 총리와 우익세력의 준동, 젊은 층의 군국주의화를 그대로 방치하고는 동북아 안보를 위한 한ㆍ미ㆍ일 3각 공조가 돌아갈 수 없다. 위안부 문제와 역사교과서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한ㆍ일 관계에서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도록 많은 준비와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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