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 헐값 매각 재고하라(2014.2.15.)

joon mania 2015. 8. 27. 16:24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 헐값 매각 재고하라(2014.2.15.)


에너지 공기업들이 부채 감축을 위해 외국에서 공들여온 자원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핵심 사업들까지 매각할 계획을 내놓았다고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을 촉구하면서 부채 감축 고삐를 조이자 기획재정부에 이런 내용을 담은 방안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2011년 개발ㆍ운영권을 얻은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지분 49%를 매각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투자비만 26억6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우리가 처음 운영사 자격을 획득해 국외 자원 개발에 이정표를 세운 사업이었는데도 이렇게 쉽게 던질 일인가. 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인수한 석유ㆍ가스 광구 보유 기업인 캐나다 하베스트에 대해서도 일부 지분을 팔아 자산 유동화를 꾀하겠다고 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자체 역량보다 훨씬 많은 국외사업을 보유한 것도 일종의 방만경영"이라며 에너지 공기업들을 몰아붙였다. 가격이 상투일 때 뛰어들었다가 도저히 수익성이 안 되는 것으로 계산됐다면 파는 게 맞다. 석유공사가 사들였던 하베스트 정유 부문 자회사 NARL 같은 부실사업이 대표적이다. 2012년 석유공사 당기순손실 9040억원 중 8200억원이 하베스트 투자 관련이다. MB정부 때 에너지 자원외교를 내세우며 보여주기식으로 벌인 경제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백번 필요한 일이다. 2006년 17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국외 자원개발 투자액은 2011년엔 100억달러를 넘길 정도로 급증했다. 이 바람에 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광물자원공사ㆍ한국전력 등 4대 에너지 공기업 외화부채는 MB정부 5년 동안 18조원이나 늘어 31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공공기관 부채 증가율을 30% 이상 감축하게 하는 목표에 맞추려고 우량 자산과 핵심 사업까지 헐값에 파는 것은 우매한 행위다. 국부 유출 논란을 의식해 국내 투자자를 우선 매각 상대로 고려토록 한다는데 이건 말장난이다. 허리띠 졸라맨다며 국외 광구를 헐값에 팔아치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원 가격 급등으로 공급에 애를 먹으며 후회했던 1998년 외환위기 때 벌인 행동을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 시한을 정해놓고 소나기식 매각에 나서면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향후 경제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해본 뒤 매각 대상에서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박근혜정부의 큰 과실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