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의 어제 신당 창당 선언은 정치권 지형을 흔들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야권 연대를 넘어 통합을 통한 개편이 현실화해 6ㆍ4 지방선거와 이후 정치 일정에 새 구도가 짜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정치 야합'이라거나 '짝짓기만을 위한 자가당착적 논리'라고 비판한 걸 보면 긴장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내부 구성원의 추인과 동의 과정에서 이탈 세력도 있겠지만 여야 1대1로 바뀐다면 선거전략도 요동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언은 선거판만 앞두면 이합집산과 간판 바꾸기를 일삼는 한국 정당 현주소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126석을 가진 제1 야당이 지방선거를 90여 일 앞둔 시점에 간판을 내린다니 황당한 일이다. 새 정치를 내건 안철수 의원은 정당도 만들어보지 못하고 깃발을 내린 꼴이니 기대를 걸었던 중도세력의 실망과 회의는 얼마나 클 것인가.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독자 세력화를 공언해 놓고 지역 조직 구축이나 인물 영입에 난항을 겪자 현실의 벽에 손을 들어버린 꼴이다. 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의원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겠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당 정강과 정책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 정도의 나뭇가지를 강조할 게 아니라 숲 전체를 아우르는 그림이 중요하다. 국가와 민생을 어떻게 바꿔가겠다는 포부가 더 가치 있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안 137건을 처리했다지만 정작 국민생활 관련 주요 법안은 내팽개쳤다. 야당은 기초연금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을 반시장적 방송법 개정안 같은 억지 주장으로 발목을 잡아 놓고 이제 와서 신당 운운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야권은 신당 창당으로 2017년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했는데 눈앞의 선거에 이기려는 정치쇼에 그친다면 국민 지지를 결코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민생과 경제 살리기 등 수권정당으로서 큰 그림을 먼저 보이는 게 신당이 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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