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로 경제살리기 나선 ECB(2014.6.7.)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5일 개최한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하루짜리 예금금리를 현행 0%에서 -0.1%로 내렸다. 돈을 가계와 기업에 풀지 않고쥐고 있는 은행들에 이자를 붙여주기는커녕 보관료를 내게 하겠다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야심작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더 늘리도록 재촉하기 위해 저금리 장기대출(LTRO) 4000억유로(약 556조원)를 시중은행에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식 양적 완화까지 단행하겠다고 드라기 총재는 밝혔다.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스웨덴이 2009년, 덴마크가 2012년에 실험해 본 바 있어 세계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해본 적이 없어 이번 ECB 조치는 대단한 주목거리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곧바로 플러스 금리로 복귀했다.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두 경로로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면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이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동시에 시중에 통화가 더 풀리면 유로화 가치는 약세로 돌아서 수출을 늘리고 수입 제품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유도한다. 이번 ECB 조치는 유로존도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1분기 유로존은 0.2% 성장에 그쳤고, 물가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마침내 5월 물가상승률이 0.5%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지며 디플레이션 염려가 커지자 단행됐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0.25%→0.15%)와 은행 하루짜리 대출금리(0.75%→0.4%)도 인하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규모를 FOMC 회의 때마다 100억달러씩 5차례나 줄여가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여전히 양적 완화를 통해 통화를 풀고 있다. 자국이 처한 경제적 상황에 따라 미국 일본 EU가 각각 상이한 처방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양적 완화를 취할 수도 없다며 어정쩡한 상태로 12개월 연속 금리를 연 2.5%에서 동결해왔다. 대외 여건 변화를 내세워 경제성장률 전망치만 수정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최선인지 무능인지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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