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순창 한옥 어린이집 (2016.9.28.)

joon mania 2016. 9. 27. 18:19

[필동정담] 순창 한옥 어린이집 (2016.9.28.)

          

전라북도 순창군 금과면 방축마을에 멋진 한옥 어린이집이 올여름 완공됐다. 이번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어린이집은 지하 1층에 지상 1층인데 사랑채, 안채, 부속채로 이어지는 공간이 눈을 사로잡는다. 탁 트인 대청마루는 아이들이 모이는 보육실로 쓴다. 열린 ㅁ자 구조의 가운데에 있는 안마당은 다른 어린이집의 콘크리트나 우레탄과는 달리 흙바닥이어서 아이들의 놀이터로 적격이다. 지붕은 여느 한옥처럼 기와를 얹고 있지만 전통적인 습식 진흙이 아닌 현대식 단열재와 엮인 나무 위에 올려져 방한방열 기능을 자랑한다.

순창 한옥어린이집은 국토교통부의 신한옥 보급사업에 순창군이 용지를 제공하면서 탄생했다. 2015년 설계공모를 거쳤고 1년여 공사 끝에 올해 6월 완공됐다. 설계를 맡은 한길건축사사무소의 박용구 대표는 한옥 건축 보급에 앞장서는 건축사 그룹의 선봉이다. 서울 은평구 한옥단지에 짓고 있는 마을회관도 그의 손으로 설계됐다. 한옥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싶지만 과다한 공사비나 미흡한 단열 등으로 생기는 불편함이 박 대표가 설계하는 신한옥에서는 깔끔하게 보완됐다. 나무로 만든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끼워 넣기만 하는 기법으로 공기를 줄이면서 공사비도 한층 절약했다.

공공건축물 디자인 혁신에 관해서는 경북 영주시가 가장 앞서 있다. 보건진료소나 읍사무소,경로당 등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 공간을 기존의 사각형 콘크리트 건물에서 벗어나 소박하지만 단아한 느낌을 갖도록 바꿨다. 문수면 조제리에 세운 보건소는 도심 카페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도록 꾸몄다. 이 덕분에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도 받았다. 풍기읍사무소는 1층에만 3개의 출입구를 두고 있어 사방에서 시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2층 옥상 데크는 작은 음악공연을 하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영주시의 공공건축물 디자인 혁신은 2007년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지방도시 재생사업 제안을 적극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이후 인구 11만의 소도시 영주는 시장 직속으로 디자인관리단을 두고 공공건축물에 새 옷을 입혀 도시 외관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관공서나 마을회관 같은 공공 건물의 디자인 혁신은 동네의 분위기를 바꾸면서 사람들 간의 관계에도 인정을 불어넣는다. 건축 디자인 실험이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축 사회학이라는 새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