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낙태 논쟁 (2016.10.20.) | |
정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가하는 처벌을 강화하려던 계획을 결국 백지화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불법 낙태수술 적발 때 1개월까지였던 자격정지를 최대 12개월로 늘리려 했다. 당장 산부인과의사회가 반발하고 나섰고 여성단체들도 가세했다. 지난 1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요구 집회엔 `내 자궁은 나의 것` `내 몸은 공공재가 아니다`는 피켓을 든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참여했다. 낙태 찬성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법적인 임신중절수술은 여성의 재생산 권리로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이라는 논리다. 반대파는 태아에게 부여된 생명권을 임신부가 임의로 앗아가는 것은 살인이라며 맞선다. 문제는 규제할수록 음성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요즘 낙태수술은 한 해 17만~20만건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 5년간 낙태수술로 인한 의료인 행정처분은 16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사문화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형법에는 엄연히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수술을 한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2011년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우리 형법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물론 예외를 허용한다. 모자보건법 14조1항에서다.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상간 임신, 산모의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등이다. 이에 해당되더라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낙태 문제는 미혼 임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포용 정도를 보면 쉽게 방향을 정할 수 있다. 프랑스나 스웨덴의 미혼모 출산 비중이 5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6%에 그치는 현실을 보자. 낙태로 사라지는 아이의 절반만 구해도 합계출산율 1.24명의 세계 최저 오명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전직 복지부 장관의 말이 백번 옳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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