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대체부품 (2017.7.7.)
하지만 취지와 달리 자동차보험은 차량 수리에 불필요한 지출을 부추기고 유인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지급하는 차량 보험금은 2016년 한 해에만 6조3739억원에 달했다. 2009년 3조5000억원, 2012년 4조6000억원이었으니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88.4%가 수리비다. 수리비 중에는 부품비가 절반을 차지한다.
차 수리 때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외장부품 즉 범퍼나 헤드램프, 문짝 등은 차 생산업체에서 지정하는 순정부품 외의 대체부품 활용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리비를 보험회사에서 부담하지 않고 소비자 스스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체부품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체부품 가격이 순정부품에 비하면 50~70%가량 싸기 때문이다. 대체부품도 규격과 안전성에서 인증만 받았다면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다. 국산차든 수입차든 같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체부품 활용을 소비자 선택에만 맡겨서는 부족하다. 외장부품에 관해서는 현재 일률적으로 20년간 독점 권리를 보장하는 디자인보호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체부품을 선택한 경우 차량 수리 후 조정되는 보험료율 할증 때 낮은 요율을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차량 수리 때 대체부품 채택률은 아직 20%에 그친다.
미국은 1987년 대체부품 인증기관을 설립했다. 유럽연합(EU)은 1993년 대체부품을 위한 애프터마켓 자율경쟁을 지원하기 위한 협의체를 발족시켰다.
대체부품 활성화는 보험회사나 부품 생산 혹은 수입업체 등 이해관계자별로 득실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부담을 덜고,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을 줄일 테니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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