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세금과 요금(2017.6.27.)

joon mania 2017. 6. 28. 09:44

[필동정담] 세금과 요금(201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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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도심 번화가에서 제법 큰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선배는 진작부터 1층 화장실을 일반에 개방해왔다. 서울시가 공공건물 아닌 곳에도 이를 권고하고 의무화하기 전부터였다. 그런데 건너편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의 한마디에 생각을 바꾸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일하는 곳 화장실을 마다하고 길을 건너와 자주 이용하는 여성이 너무 당당하게 "병원은 수도세와 전기세 등을 감면받고 있으니 내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란다. 세금 혜택을 받으니 공공건물과 다름없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선배는 분통을 터뜨렸다. 용무가 급한데 깨끗하고 안 기다려 좋으니 고마울 뿐이라는 인간적인 얘기가 나올 걸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듯해서였다. 병원은 성격상 공공시설에 가깝지만 수도와 전기 사용료를 깎아주지 않는다고 그는 항변했다. 무엇보다 수도와 전기 사용에 부과되는 비용을 이용료가 아니라 아직도 세금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몇 번의 줄다리기 끝에 통신서비스업체들을 비틀어 통신비 할인 방안을 내놓았다. 9월부터 선택약정 할인율 조정으로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구나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입력하거나 전화를 걸어 요구해야 한다. 아니면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 개인마다 요금 할인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부터 확인하고 직접 신청해야 한다. 통신비는 세금처럼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쓴 만큼 부과되는 이용료 즉 요금이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방균형발전 방안의 하나로 고향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각자의 고향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와 소득공제를 해줘 일부를 돌려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후루사토(故鄕)납세`를 본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에 내놓은 고향사랑기부제도를 구체화했다고 보면 된다. 국회에 이미 여러 건의 고향세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니 곧 가시화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나고 자란 고향에 내놓는 기부제도에 하필 고향세라고 이름을 붙여놓았으니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적지 않게 작용하지 않을까 저어된다.